청와대, 삼성 합병 배후설…구체적 근거 없이 “그 당시 생각”

국민연금 전 운용전략실장 법정 증언…논리적 비약 아니냐 지적에 “다른 근거는 없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와대가 삼성물산 합병의 배후라고 여긴 것은) 그 당시 생각이다.”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이윤표 전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윤표 전 실장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2015년 7월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할 당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특히 이윤표 전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 결정이 이뤄진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이윤표 전 실장이 법정 증인으로 나오면서 ‘청와대 배후설’에 대해 어떤 근거를 내놓을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윤표 전 실장은 뚜렷한 근거를 내놓기보다 자신의 그 당시 생각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윤표 전 실장은 2015년 7월10일 투자위 결정 이후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사무실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전화를 한 것을 목격했다. 이윤표 전 실장은 “전화로 찬성 결정 났다는 것을 청와대에 알려준 것만으로 청와대가 배후라는 것은 비약이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다른 근거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윤표 전 실장은 자신이 홍완선 전 본부장과 안종범 전 수석이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얘기했다. 이윤표 전 실장은 홍완선 전 본부장이 누구와 통화할 때인지는 모르지만, 잠시 밖에 나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당시 안종범 전 수석을 비롯해 3명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홍완선 전 본부장이 통화할 때 자리를 피했다는 증언이 새롭게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표 전 실장은 홍완선 전 본부장이 자리를 피해달라고 한 기억은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은 “홍완선 전 본부장은 이윤표 전 실장이 있는 가운데 (통화를 하면서) 나가 달라고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과 안종범 전 수석의 통화가 청와대 압력과 관련한 사안이라면 이윤표 전 실장에게 자리를 피해달라고 말한 뒤 조용히 통화를 하는 게 맞는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청와대 배후설 주장을 입증할 근거는 이번 재판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안종범 전 수석과의 통화 이유에 대해 “안종범 전 수석이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부재 중 전화가 와서 전화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삼성물산 합병 사안에 대해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ISD를 근거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관련 통화를 했다는 얘기다. 한편 변호인은 국민연금 투자위의 삼성물산 합병 결정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투자위는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의) 규정 취지에 더 맞게 절차를 진행했고, 투자위 의결까지 간 것은 결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었다”면서 “합병에 부정적인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질문했다. 답변도 충실히 하고 논의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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