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1인 CEO체제 도입 6개월…LG전자 변화상징 ‘음성결재’

보고절차 간소화, 신속한 의사결정…조직 내부 긍정에너지 확산, 실적 개선 성과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조직개편 이후 의사결정이 확실히 신속해진 것 같다.” LG전자의 조성진 부회장 ‘1인 CEO’ 체제가 조직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면서 연착륙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1일 조직개편을 통해 조 부회장에게 사업 전반을 책임지게 하는 1인 CEO 체제로 바꿨다. LG전자는 당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이 필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7)의 LG전자 부스를 찾아 기술과 제품들을 점검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략 스마트폰 'LG G6'를 공개하고 전시공간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했다.(사진=LG전자 제공)

조직개편을 단행한지 6개월이 흐른 상황에서 LG전자의 구상은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LG전자 변화의 상징은 ‘음성결재’ 시스템이다. 전자결재 시스템에 음성녹음을 통해 취지를 설명하고 결재를 받는 음성결재 방식을 추가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보고가 가능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보고용 문서를 제작하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활용하라는 CEO의 의중이 담겼다”면서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결재 내용을 더 자세하게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H&A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성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1인 CEO라는 중책을 맡긴 이유는 ‘1등 DNA’를 조직 전반에 전파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1976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고졸로 입사해 CEO에 오른 조 부회장은 ‘세탁기 1등 신화’를 구현한 인물이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를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조직 내부에서는 “스마트폰만 잘 되면 되는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부회장은 특유의 현장 중심 경영을 통해 조직 내부의 패배 의식을 사라지게 했다. 조 부회장은 일주일에 2~3차례 가산R&D연구센터를 방문해 스마트폰 개발 과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전자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MC사업본부를 흑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결과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 4360억원, 4분기 467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LG전자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갔다. 그러나 조 부회장이 LG전자 전체 사업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 이후 거짓말처럼 실적이 개선됐다. MC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 3조122억원을 올렸고, 영업손실은 2억원에 그쳤다. 분기당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던 스마트폰 사업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개선된 셈이다. LG전자는 1분기 9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역대 1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른바 ‘조성진 효과’가 현실로 구현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LG전자의 양호한 실적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사 쪽에서는 LG전자가 2분기 7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 5850억원의 영업이익보다 35% 증가한 수치다. 다만 G6 출시에 따른 글로벌 마케팅 비용을 고려할 때 MC사업본부의 흑자전환은 2분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다면 지난해 사업부진에 대한 우려를 씻고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의미”라면서 “조직 전체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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