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다

현덕수 기자, 최승호 PD, 이상호 기자에게 듣다

제19대 대통령 당선 확정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적폐청산은 문 대통령이 선거기간 내내 강조한 내용이자 공약집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보수정권 9년 동안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는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을 내세웠다. 언론 적폐청산도 그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언론 독립성 보장을 위해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억울하게 해직·정직 등의 징계를 받은 언론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언론탄압 진상규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덕수 YTN 해직기자

해직 언론인들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현덕수 YTN 해직기자(현 뉴스타파 기자)는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서 출범했다"며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무너진 공정 방송을 원상회복시킬 임무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현 기자는 2008년 MB정부 당시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해고됐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 언론특보였던 구본홍 씨가 사장으로 내정되자 출근 저지 투쟁 등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YTN 해직 기자 6명에 대한 해고가 무효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에 대한 해고가 유효하다고 확정했다. YTN은 민간기업이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이 인사 및 보도에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덕수 기자는 "기존에 있던 견제 장치들이 지난 9년동안 사라졌다"며 "경영진을 선임하는 원칙, 공정 보도를 위한 제도 등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기자는 "회사로 돌아간다면 정상적인 언론 구조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며 "시청자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취재·보도 방향에 대해 후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직 언론인 복직, 언론 정상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언론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열악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사람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매진하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승호 MBC 해직PD

최승호 MBC 해직PD(현 뉴스타파 PD) 역시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부터 해직 언론인, 공영방송 정상화에 관한 공약을 내왔다"며 "공영방송 문제에 대해 가장 관심 있는 분이고 공약 이행 의지가 높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MBC의 경우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170일 간의 파업을 벌인 언론인 10명이 해고를 당했다. 해직 언론인들은 2014년 1월과 2015년 4월,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지만 사측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 PD는 '언론장악방지법'(방송관계법 개정안) 통과를 우선과제로 꼽았다.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야 추천비율을 7대6으로 하고,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사장 임명 시 이사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국회의원 162명이 공동 발의했으나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 PD는 "현재 대다수 MBC 구성원들은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며 "지금 있는 경영진이 물러나고 기존 구성원들이 복직하면 MBC 정상화는 금방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언론 지형이 왜곡돼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조속한 언론 정상화를 당부했다.

이상호 전 MBC 기자 /BIFF 제공

이상호 전 MBC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는 보다 큰 틀에서 언론 정상화를 주문했다. 공영방송의 공영성 회복과 더불어 전반적인 언론 개혁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 기자는 "언론이 수구 기득권 세력의 상층부에 있기 때문에 언론을 먼저 개혁하지 않으면 기득권과 맞서 싸울 수 없다"며 "언론이 기득권 유지·강화를 위해 매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MBC에서 해고된 후 2년 6개월간의 소송 끝에 해고 무효 판결을 받고 2015년 7월 복직했다. 그러나 복귀 한 달여 만에 6개월 중징계를 연달아 받고 결국 지난해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사측의 무리한 징계로 인해 퇴사를 강제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해직자 복직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 이 기자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회복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의 공영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사장선임 제도 개선이 야당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자는 "공영방송에 대한 전문성과 투철한 철학이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권의 언론 장악 부역자가 남아있다면 언론 적폐를 뿌리 뽑을 수 없다"며 인적 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MBC의 정상화를 희망하는 '외부인'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적 청산을 위한 악역도 감당할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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