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공약… 집시법 적용돼 집회 금지구역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고, 관저 역시 광화문 인근에 마련하겠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이 오히려 시민들의 광장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언하며 이를 추진할 광화문대통령공약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문 후보는 당시 관저 이전을 약속하면서 "불의와 불통의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국민 속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청와대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문 후보의 공약이 시행될 경우 의도와는 반대로 국민의 목소리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23차례에 걸쳐 1700여만명이 모인 촛불집회가 열리며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민주주의의 장(場)이 된 광화문 광장이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상 집회 및 시위 금지구역으로 지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1983년 제정된 집시법에는 '특정한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후 1989년에 개정되면서 청와대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했다. 이 개정문에는 대통령관저, 국회의사당, 국무총리공관 등을 대상으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앞 100m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후에도 청와대 전체를 기준으로 삼을지 대통령 관저가 있는 건물만을 기준으로 삼을지 '경계'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청와대 100m 앞까지 촛불집회를 허용하면서 대통령관저가 있는 청와대 전체가 경계의 기준이 됐다.이 기준에 따르면 문 후보가 당선돼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면 정부청사 전체가 집시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광화문 광장 북측과 경복궁역 일대가 집회 금지구역이 된다. 광화문 광장 북측의 경우 촛불집회의 본무대였던 공간이다.김도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이대로라면 집시법과 상충된다"며 "집시법에 예외조항을 추가하거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세부내용 등을 수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촛불집회를 주최했던 이들도 어리둥절하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는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문 캠프 측에서 (현행 집시법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며 "공약의 본 취지가 국민과의 소통인 만큼 정부와 정권의 광장이 아닌 오롯한 국민의 광장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캠프에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전담하고 있는 하승창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은 "아직 광화문 대통령 공약의 구체적인 사항까지 결정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실제 공약을 실천할 때에는 집시법과의 충돌 우려 등을 모두 고려하며 본 취지인 국민과의 소통을 보다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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