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위반신고 건수 [자료 = 국민권익위]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경북 소재의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연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A씨 등 2명은 지난해 11월 한 일식집에서 공연기획사 대표로부터 각 5만원 상당의 식사 접대를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가 접수됐고, 식사 접대를 제공한 대표와 법인에게는 각각 20만원, 수수 공직자 2명에게 과태료 10만원씩이 부과됐다. 시행 8개월째를 맞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실효성에 비해 소기업ㆍ소상공인과 농축산ㆍ화훼업계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연초에는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어느새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대선 주자들은 표를 의식한 듯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6개월을 맞아 2만3852개 공공기관의 운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3월 10일까지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신고는 총 2311건에 달했다. 이 중 수사의뢰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 건은 57건으로 전체의 2.4%에 그친다. 반면 수사의뢰 요청이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종결시킨 건은 1531건이었다. 전체의 66.2%에 달한다. 신고 건수는 많지만, 실제로 위법으로 판명난 신고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소상공인업계는 청탁금지법의 해악이 크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손잡고 1000여개 업체를 조사해 지난달 발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을 전후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비율은 59.8%를 기록했다. 세 곳 중 두 곳 꼴이다. 얼어붙은 내수에다 청탁금지법까지 겹치면서 업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매출액 변화 [자료 = 소상공인연합회]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표는 매출액이다. 지속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5년 12월 평균매출액은 3410만원으로 9월(3247만원)보다 5% 증가했는데, 지난해 12월 매출액은 2351만원으로 9월(2474만원) 대비 5% 감소했다. 내수둔화만으로는 이 매출액 감소를 설명하기 어려우며, 9월 28일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5년 12월 영업이익은 698만원으로 9월 대비 3.1%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영업이익은 451만원으로 9월 대비 7.8% 감소했다. 고객 수 역시 10% 가까이 줄었다. 청탁금지법으로 고액의 회식 손님이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도 내수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공공연히 청탁금지법을 지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파업ㆍ노트7 단종 등과 함께 청탁금지법을 꼽았다.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청탁금지법 시행 성과와 영향을 점검하고 소비촉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월 청탁금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식 건의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실태조사 후 개정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권익위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다, 결국 대선 정국으로 오면서 개정 논의는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그 사이에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자금 800억원 ▲세금납부 연기 등의 보완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업계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라는 비판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근본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며 "현실에 맞춘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인들의 62%가 청탁금지법 개정을 원했으며 희망액은 현재의 3(식사)-5(선물)-10(경조사)의 약 2배인 6-11-12 수준으로 제시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최근 청탁금지법의 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골프는 아직 철저히 차단되고 있지만 식사자리는 3만원을 지키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며 다소 금액이 넘더라도 서로 눈치를 보지 말자는 이야기도 나눈다"며 "법 제정의 목적에 맞게 새 정부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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