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운명을 결정짓는 '3가지 숫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대표이사인 박 회장에게 위임한다고 결의한 직후다. 박 회장의 상표권 사용 불허 선언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은 또 한번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운명을 결정지을 3가지 숫자를 정리해봤다. ◆'2000억' = 더블스타가 '금호'라는 상표권을 포기하고 인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금호라는 브랜드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객관적인 측정은 어렵다. 이번에 채권단이 매각하려는 금호타이어 주식은 6636만여주(지분율 42.01%)로 더블스타는 9549억8100만원에 인수하겠다고 써냈다. 금호타이의 현 시가총액 5469억원(27일 종가 기준)을 기준으로 보면 약 4081억원을 영업가치(영업권)로 본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브랜드나 평판, 영업망, 인적자원 등에 4081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것인데, 이 중 최소 절반을 브랜드 가치로 인정할 경우 금호 상표권 가치는 2000억원 수준이다. 더블스타가 상표권 포기에 따른 2000억원의 가격을 재조정해서라도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산업은행과 매매가격 조정(인하)을 시도해 상표권 포기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에 '실사 후 매매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지만, 손해배상조항이 있는 만큼 이 조항을 활용해 사실상 매매가격을 조정한 후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146'= 채권단과 더블스타와의 남은 협상일은 약 146일이다. 산업은행과 더블스타는 9월23일 전에 상표권 사용을 비롯해 채무 만기 연장, 정부 인허가 등 세 가지 선결요건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 선결 요건 중 하나라도 해결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나 채권단이나 아무런 페널티 없이 매매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당장 오는 6월말 만기가 돌아오는 약 1조6000억원의 채권액에 대한 만기 연장이 발등의 불이다.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액의 0.25%(지난해 기준)를 구성하고 있는 방산사업부문 매각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 군에 전투기ㆍ트럭 등 군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금호타이어가 방산업체로 지정돼 있다. 금호타이어의 방산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0.25%(지난해말 기준)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는 해외업체로의 매각에 따른 군 기밀 유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60억' =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료로 금호타이어로부터 연간 약 60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금호산업 전체 영업이익의 약 15%에 해당한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상표권 포기가 주주이익 침해나 배임 논란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상표권 사용 불허는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0년간 상표권 사용 요율 인상 없이 현재와 동일한 조건으로 상표권 사용을 허용할 경우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더블스타가 금호 상표권을 사용할 경우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 가치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 남경공장 조감도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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