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자영업자②]'만만한 게 치킨집? 함부로 덤볐다가 '쪽박''

어느 치킨집 사장의 하소연…"개업 3개월 만에 3000만원 적자"AI에 브라질산 닭고기 파동까지…14평 가게, 월세 250만원 내기도 빠듯생닭값, 전년비 8% 올라 4000원대… "한 마리에 1만원인데 팔아서 뭐 남나"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기업아이덴티티(CI)(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자영업을 생각하는 이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업종이 치킨집이잖아요. 제가 열어봐서 아는데 절대 지금은 뛰어들지 마세요."지난해 12월 강북구에서 치킨전문점을 연 조모씨는 개업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픈발'은커녕 매달 적자만 내고 있다며 치킨집을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말리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조씨는 총 투자금 1억원을 들여 14평 남짓한 자리에 A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을 차렸다. '한 집 걸러 치킨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일반 식당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치킨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업하기 전에 상권분석을 할 때부터 이미 치킨집 5개가 인근에 몰려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가까이 있어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개점 직후 터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문제였다. AI발생 초기에는 '익혀먹으면 문제없다'는 학습효과가 있어 매출에 큰 영향이 없는 듯 보였지만, 이후 계란값 파동 등 AI 이슈가 2개월 가량 지속되면서 매출도 점차 줄기 시작했다. AI가 겨우 진정국면에 들어서나 싶더니 이번에는 브라질산 부패닭 이슈가 터지면서 또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조씨가 운영하는 A프랜차이즈는 국내산 닭만 100% 사용하고 있어 브라질의 문제가 된 BRF 부패닭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아무리 매장 곳곳에 '국내산 100%'라고 써붙여놔도 소비자들의 불신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먹거리 공포심을 조장한 언론도 문제라고 그는 꼬집었다. 모든 브라질산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몰아세우는 통에 수입산 닭은 물론 국내산까지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이 사이 조씨의 매장은 갈수록 적자를 이어갔다. 하루에 50만원씩은 팔아야 본인 인건비는 못 건져가도 가게는 유지하는데, 현재 하루 매출은 30만원대에 불과하다.조씨는 "14평짜리에 매달 250만원에 부가세와 관리비까지 별도로 내고 있다"면서 "전기, 가스요금만 30만~40만원인데다가 수도비가 8만~10만원, 인건비는 1명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어 200만원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고정비만 500만원가량이 드는 셈이다.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올 때에는 이 정도의 고정비는 감당할 수 있지만, 최근 경기상황으로는 매달 적자를 내고있어 3달 만에 3000만원 손해를 봤다.
원가 부담도 크다. 순살치킨의 경우, 국내산 닭다리 순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AI이후 올해부터 공급가격이 8% 가량 올랐다. 한 번 오른 공급가는 1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중간에 닭값이 안정돼도 납품받는 가격은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이에 생닭 1㎏짜리 하나가 4000원 중반대에 들어온다. 조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의 치킨 한 마리 가격은 1만원 수준. 원가의 40%가 생닭 값이다. 최근 정부가 생닭값이 1600원대로 1만6000원짜리 치킨의 경우 원가의 10%에 불과해 AI로 인한 가격인상은 자제해야한다고 한 것에 대해 조씨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주류값도 부담이다. 원가는 8% 올랐는데 생맥주는 300cc에 2500원으로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창업 당시 빌렸던 대출금 이자도 올해부터 큰 폭으로 올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씨는 "창업지원자금을 대출받아 이자도 내고 있는데 작년까지 5%였던 고정금리가 최근 변동금리로 바뀌고 6.8%까지 올라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조씨는 "매장 규모가 적은 '소자본창업'에 쉽게 뛰어들 수 있는데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 있고, 또한 가격대비성능(가성비)가 뛰어나다고 유행타는 프랜차이즈 업종들도 결국 점주들만 뼈 빠지게 일만하고 이익률은 낮을 수 있다"며 "자영업을 준비하려고 한다면 지금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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