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앨라배마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행정부의 연비규제 강화방침을 뒤집고 규제완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북미지역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행정부의 반(反)환경·친(親)자동차기업 정책행보가 구체화되면 미국 자동차시장이 친환경자동차 대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픽업트럭 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미국내 SUV생산을 늘리고 내부적으로 중장기플랜으로 검토해온 픽업트럭 생산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환경정책에 친환경차 급제동16일 외신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신차와 트럭의 연료 효율을 규제하는 연방정부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규제 목표를 54.5mpg(ℓ당 23.2㎞)로 강화했는데 트럼프는 이를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은 물론 미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계도 트럼프에 요구해온 내용이다. 미국 내 주요 완성차·부품 기업들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에 미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들을 차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오바마 정부의 연비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가 주장하는 각종 세금감면 정책이 실현되면 신차 구매 증가로 미국 자동차 내수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혜택을 볼 분야는 저유가/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상승세를 기록 중인 픽업트럭(Pickup Truck)인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과 SUV의 미국 생산을 늘리고, 소형승용차의 생산은 감소시키거나 멕시코로 이전하는 생산전략을 적극 활용해 왔다.-SUV·트럭 대세…현대차 투자전략에 변수 30억달러가 넘는 실탄을 장전한 현대차그룹의 북미지역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이는 지난 5년간 투입된 21억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기존 생산시설에서의 신 차종 생산 및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등을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다만 미국 산업수요 추이 등을 감안해 신규 공장 건설 여부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요가 있다면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현대차의 경우 시장수요에 맞춰 SUV생산을 늘려왔으나 현재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SUV인 싼타페는 지난해 미국에서 13만여대가 팔렸는데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생산분은 3만6000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위탁생산했다. 앨라배마공장이 세단 중심인데다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해 가동되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의 위탁생산 물량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제 2 공장 건설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미국내 여러 주(州)에서도 현대차의 공장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가 2015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픽업트럭 콘셉트카 '산타크루즈'
-2015년 깜짝공개한 픽업트럭…아직은 신중 자동차업계에선 픽업트럭 생산도 적극 검토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5북미국제오토쇼'에서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깜짝 공개했다. 싼타크루즈는 승용차와 SUV, 트럭을 연결하는 새로운 개념의 콘셉트카로 현대차 미국법인(HMA)이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첫 차량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전면부는 실용적인 SUV를 닮았고, 후면부는 픽업트럭의 모습을 한 흥미로운 콘셉트카"로 호평했다. 모터쇼에서도 닛산의 타이탄 등과 함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꼭 봐야 할 5'로 선정했다.현대차는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빅3가 전체 시장의 70%가량을 장악한 데다, 픽업트럭 수요층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외국업체가 진입하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환경 기조로 SUV와 픽업트럭의 미국내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자동차업계도 그간의 친환경차 경쟁과 별도로 SUV 선호 흐름에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현대차의 미국 투자전략도 이같은 시장상황이 반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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