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제는 경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야기했던 중대한 요소가 제거됐다." 12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반응이다. 지난 4개월 넘게 한국경제를 안개속으로 몰고갔던 정치불안요인이 헌법재판소 선고로 지난 10일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정미 헌재 소장대행의 '그러나'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거렸다지만 우리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은 이내 안정을 되찾아갔다.하지만 "한국경제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등 위험요인이 대기하고 있다"는 일본의 한 증권사 코멘트가 더 와 닿는다. 우리 경제는 겹겹이 둘러싸인 불확실성의 장막중 하나만을 거둬냈을 뿐이라는 얘기다.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지, 얼어붙고 있는 기업자금 사정에 찬물을 얹는 건 아닌지 말이다. 한국 수출길의 4분의 1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비관세장벽이 높아가는 것도 걱정이다. 자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조금 지급 등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모르는데다 외교ㆍ안보문제까지 겹쳐 관련 업계는 바짝 긴장상태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에 이은 EU 정치불안정, 중동리스크, 북핵문제 등 동시다발로 불확실성의 군불은 계속되고 있다.'이제는 경제다'라고 외쳐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뒷전으로 밀려난 한국경제의 중장기 과제들 때문이다.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정도로 기초체력을 키우고, 그 어떠한 위기도 헤쳐나갈 면역력도 만들어야 한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 하지 않았던가. 기본을 튼튼히 세우면 나아갈 길은 분명 생길 것이다.먼저 경제적 황무지에서 선진국에 버금가는 번영을 이룬 한국기업인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 동네 정미소에서 세계적 자동차회사를 일군 정주영 신화나 국숫집에서 일류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한 이병철 신화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되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 등 변화의 흐름을 읽고 한 발 앞선 혁신으로 시장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부의 혁신토양 재창조 노력도 필요하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는데 '정해진 것만 해야하는' 포지티브 규제시스템으로는 21세기 정주영 신화를 되살리기는 어렵다. 미국, 영국, 중국처럼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일단 안돼'라고 이야기하는 사전규제도 사후 처벌로 바꿔 기업할 수 있는 채널을 더 많이 열어주어야 한다.기업에 대한 시각도 보다 따뜻하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부 기업의 구시대적 관행 때문이겠지만, 어찌보면 '예비 기업인'이라 불릴 수 있는 학생 10명중 9명이 기업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아울러 사회의 전반적인 반기업정서에 휩쓸려 기업에 대한 규제입법이 지속되는 것도 한 기업인으로서 안타까움을 더한다.지난 10일 헌재 재판관들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업, 정부, 정치권, 시민사회 등 이제는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역대급 팀플레이를 펼쳐나갈 때다. 이제는 경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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