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를 품어안으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자금 확보를 허(許)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인수자금은 '개인 돈'이어야 한다는 채권단의 기존 방침에 반한다. 결국은 '개인 돈'이 모자라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데도 '마지막 패'를 깐 이유는 무엇일까.금호아시아나그룹은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본사 사옥에서 언론설명회를 열고 채권단에 "컨소시엄을 허용해달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우선협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에는 6개 회사의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에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이날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보유 지분(42.01%)을 9549억8100만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우선협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 체결했다. 같은 날 그룹이 긴급하게 마련한 언론설명회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급물살을 타는 시점에 박 회장이 마지막 반격에 나선 행보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2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했다. '채권단의 사전동의 없이는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우선매수권 약정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컨소시엄 구성만 가능하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박 회장의 승부수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당장 채권단이 반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투표가 끝났는데 선거룰을 바꾸자고 하는 격"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미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할 때부터 계열사를 동원하든, 컨소시엄을 구성하든 개인 자금이 돈으로는 인수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 수립된 만큼 이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이 애초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고 더블스타와 동일한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면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이제와 우선매수청구권과 컨소시엄 구성권 등 2가지 특혜를 다 누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박 회장의 요구 자체를 논의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더블스타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별개로 박 회장이 요구하는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논의해본 뒤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더블스타측에서 '형평성'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채권단은 우려하고 있다.박 회장측은 "그동안 컨소시엄 허용 여부에 대해 공론화 못했던 것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항변하면서도 내심 여론에 기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로 반중(反中)여론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알짜 기업을 중국에 넘겨야 하느냐"는 여론을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제공하는 재무적투자자(FI) 측에서 컨소시엄을 인정한다는 문서형태의 확약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박 회장의 이번 배수진이 승부수가 될지 무리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남경공장 조감도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