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책으로 놀아주는 아빠 '무조건 읽으라 하지 마세요'

-결혼 11년차 정대근 전남대 연구원

▲책을 활용해 놀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진 노하우를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책놀이'라는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는 삼남매 아빠 정대근씨가 자녀 윤민(11)ㆍ찬민(9)군, 다현(여ㆍ7)양과 함께 제주도 가족 여행 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가족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아이들이 한창 클 때 전 오전 시간이 편했고 아내는 오후 시간을 편하게 쓸 수 있었거든요. 그 때 출근하기 전에 제가 아이들을 유치원에 맡기면 오후에 아내가 퇴근하고 아이들을 찾으러 가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어요."결혼 11년 차 정대근씨는 삼남매의 아빠다. 전남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정씨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오전 수업이 없을 때는 7살 난 막내딸을 직접 유치원에 데려다준다. 육아휴직을 써본 적은 없지만 어느 아버지보다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한다.처음엔 정씨도 여느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퇴근하면 텔레비전만 봤다. 특히 야구를 좋아해 집에 돌아오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매일 경기를 관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살배기 큰 아이 윤민(현재 11세)이가 자기와 같이 야구를 같이 보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 연구원은 "아내만 육아를 전담하다 보니 그 무렵 가정 불화도 생겼다"고 웃으며 회상했다.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정씨는 책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텔레비전만 보는 아이들이 걱정돼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아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책놀이란 정말 책을 갖고 노는 것이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무조건 읽으라 하지 않는다. 책과 가까이하면서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읽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의 책놀이를 블로그에 올리는 정씨에겐 '책놀이 아빠'라는 별명이 생겼다.정씨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아빠와 함께하는 신나는 책놀이'를 보면 누워 있는 정씨의 몸에 막내 다현(7)이가 책을 쌓으며 아빠를 로봇처럼 만든다. 다음은 정씨가 누워 있는 다연이의 몸 주변으로 책 담을 쌓는다. 일명 '책 로봇'이다. 책놀이가 끝나면 다현이는 어김없이 빼놓았던 책들을 열심히 읽는다. 아이들과 함께한 책놀이는 '기적의 책놀이 멘토링'이란 책으로까지 출판됐다. 정씨는 "책으로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육아를 할 때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언어나 감성적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이 있다면 활동이나 사회성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씨는 "과거엔 대가족 체제여서 할아버지나 할머니, 삼촌, 이모 등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설거지를 같이하고 집안일을 나눠서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아빠가 아빠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라고 강조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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