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석탄화력 발전을 다시 생각한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다시 봄이 왔다. 그러나 봄을 마음껏 즐길 수는 없다. 봄마다 찾아오는 황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 보다 훨씬 무서운 극미세먼지(PM2.5)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극미세먼지는 크기가 2.5㎛ 이하의 아주 작은 먼지로 2010년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1만5000명의 조기 사망을 유발한 위험 물질이다. 이 가운데 석탄 발전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연간 1400명에 달하고 향후 30년 간 3만4000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의 대기 질 수준은 OECD 38개 나라 가운데 38위로 꼴찌이다. 석탄 발전의 폐해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보면 2013년 우리나라 총 배출량 6.95억톤의 약 42%인 2.9억톤이 석탄연료 사용에 기인하고 있고 이 가운데 91%가 석탄발전 때문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으로 이제 이산화탄소 배출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석탄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부담이 될 것이다.이처럼 석탄발전이 국민의 건강과 기후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석탄발전을 줄이고 대신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고, 중국도 금년 초 120기가와트에 해당되는 103개 석탄발전 건설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미국도 2015-16년에 18.8기가와트에 달하는 135개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석탄 발전의 경제성도 위협받고 있다. 흔히 석탄 발전은 연료 가격이 낮기 때문에 발전 단가가 낮고, 높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600MW급 석탄 발전의 경우 8000억원 정도에 달하는 대기 오염 저감 비용 등 외부비용을 감안하면 건설비가 40% 정도 올라가기 때문에 결코 값싼 전원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파리기후협정에서 규정했듯이,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이하로 안정화시키려면 현재 매장된 화석연료의 30-35%만 사용 가능하고 나머지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따라서 자산가치가 전무한 '좌초자산'이 된다. 그만큼 석탄발전 산업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잘 아는 세계 유수의 투자자들은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기존의 투자를 회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교직원 연금(CalSTRS)에게 석탄화력회사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였고 금년 7월 1일까지 기존 투자를 회수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2015년 통과시켰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석탄으로부터 매출의 30% 이상을 벌어들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도록 연기금 운용 규정을 개정하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보면, 현재 총 53개 석탄발전소 중 노후화된 10기(발전용량 3,345MW)를 폐쇄하거나 연료 대체 혹은 전환을 하고, 대신에 20기(12,797MW)를 추가로 건설하여 현재 29.8%의 석탄 발전 비중을 2029년에는 32.2%로 높인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프로젝트에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같은 국민의 돈이 투입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발전 자회사가 시행 중인 13개 석탄발전소 건설에 국민연금은 1.85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아이러니지만, 국민의 돈으로 국민 건강을 해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성능을 개선하고 환경 설비를 보강하면 대기 오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태의 일부만을 보는 것이다. 정부가 화석연료 위주의 발전 정책을 고집하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이제는 석탄을 버릴 때이다.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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