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계란 수입 50일…'애물단지 전락'

비싸서 제 값에 못팔고 가격 안정에도 큰 영향 없어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미국산 하얀 계란(사진=오종탁 기자)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올초만 해도 급등하던 계란값을 해결할 '구세주'로 여겨졌던 미국산 계란은 어느새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됐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하얀색 계란'으로 눈길을 끌었던 미국산 계란이 불과 2개월 만에 전면 수입 금지됐다.미국에서 조류독감(AI)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2개월 만에 즉각 수입을 금지키로 결정한데다 계란값 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13일 계란 첫 수입 이후 2일까지 신선란 1065t이 수입됐다. 이 가운데 미국산 계란은 1049t으로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계란은 1t당 약 2만4000여개로,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계란은 약 2517만개에 달한다. 통계청이 조사한 작년 4분기 하루 계란 소비량이 약 3600만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중에 풀린 미국산 계란은 극히 적은 양이다.정부는 작년말 이후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AI) 피해로 급등했던 계란값을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풀이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미국산 계란이 시장에 풀리면서 1만원대에 육박하던 계란 한 판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실제 1월 계란 소매가격(30개)은 9096원으로 전월 6621원 보다 37%나 치솟았지만, 2월에는 7932원, 3월에는 7312원으로 낮아졌다.그러나 미국산 계란 보다는 설을 앞두고 양계업계와 유통업체에서 미뤄뒀던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가격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소비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국산 계란이 시장 가격을 낮췄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특히 수입계란은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가 저조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미국산 계란을 판매한 롯데마트는 판매가격을 8000원 중반으로 책정했지만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계란 수요업체들도 미국산 계란을 외면했다. 정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1월24일 미국산 계란 41.5t을 수입했지만 결국 4차례에 걸친 공고 끝에 겨우 물량을 판매할 수 있었다.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26일 1차 공고에서는 아예 수요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심지어 이 계란들은 제 값에 팔리지도 못했다. aT 관계자는 “미국산 계란을 도매 가격의 70% 수준으로 판매했는데 4차례 공매를 진행하면서 계란값이 하락하자 판매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세를 낮춰주고 세금으로 항공료까지 지원하면서 미국산 계란을 수입했지만 투자대비 효용이 낮았던 셈이다.AI로 계란 출하 시기가 늦어진 때를 노린 일부 업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계란 판매시기를 조정하는 등 유통교란에 대한 확실한 관리감독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지인배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농가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계란 판매시기를 조정하고 사재기를 하는 등 기회주의적 행동을 했다”며 “계란 부족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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