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품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현지 직원에 "중국인이 왜 한국기업에서 일하냐" 따지기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이 중국 현지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업정지 사례가 속출, 롯데 계열 사업장 수십여곳이 추가로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일부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는 사드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인들이 현지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격한 대응도 서슴지 않고 있다. 7일 현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소방 당국은 최근까지도 실시간으로 중국 롯데마트 및 슈퍼, 백화점 등 사업장에 대한 소방점검을 진행하는 가운데 시간차를 두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관련 처분을 받은 곳이 23곳으로 집계되지만, '걸면 걸리는' 식으로 점검을 하는 탓에 제재 매장이 40~50곳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미 영업정지 지시가 내려진 매장은 '대피로가 좁다', '스프링쿨러 앞에 물건이 쌓여있다', '비상문이 작동하지 않는다' 등 평소라면 경고에 그칠만한 수준의 지적을 받았다. 영업정지 처분도 특정한 공식 절차 없이 구두로 혹은 현장에서 직접 통보하거나, 추후 불시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불시에 다각도로 통보 되고 있어 현재 일괄적으로 집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추가적으로 제재를 받는 점포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한 이후 롯데 계열 제품을 철거시켰던 중국 내 3대 할인점 'RT마트(大潤發, 따룬파)'에서는 최근 다른 브랜드의 한국제품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신라면 등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도 추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뿐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으로 사드 문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라면서 "꽌시(關係, 중국 특유의 친분ㆍ인맥문화를 의미)로도 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영업 현장에서는 현지에서 고용돼 한국 브랜드를 판매하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한국산 제품을 파손시키는 격한 대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동영상에 따르면 중국 시닝 지역에 위치한 한 백화점내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메이크업 시연행사장에서 "한국기업 꺼져라"라며 일부 중국인들이 행사에 항의했다. 이들은 현지 직원들에게 "정신병자"라면서 "중국인이 왜 한국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중국 국가를 틀어놓고 불도저로 롯데의 물건(소주, 음료수 등)을 깔아 뭉개며 "롯데 상품을 매대에서 빼자"고 외치는 동영상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오히려 영업정지 처분 등 압박을 장기화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30일 이상 업장이 영업정지 상태인 사업자는 직원들에 대한 임금 100% 지불 의무가 해제된다는 내용의 중국 노동법에 따라 현지 고용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을 보면 중국 내 기업에서 직원이 아닌 회사의 외적인 요인으로 생산이나 영업을 중단할 경우 근로자의 1개월분 임금을 전액 정상 지급하도록 돼 있다. 소방법 위반으로 갑자기 영업 정지를 당한 롯데마트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한 달 동안 유급 휴가를 받은 셈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보여주기식인 단계"라면서 "언제든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고, 반대로 한 번의 입김으로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들이 위기상황에 놓여있는데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은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미 현지 관계자들 사이에서 외교부의 물밑 라인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전망으로 일부 사업자들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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