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의 민낯]괜히 건드렸다간…車업계 '끙끙' 속앓이

-'블랙컨슈머' 언급 자체 꺼려-최대한 수용하면서 무리한 요구엔 '소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자동차업계는 '블랙컨슈머'의 악성민원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괜히 건드렸다가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의 원칙안에서 최대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타협하면서 사안에 따라 '소송'이라는 강경책도 펼친다.일단 업체들은 블랙컨슈머라는 단어 자체가 언급되는 것을 꺼리는 눈치다.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고 자칫 불친절 기업으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웬만하면 조용히 넘어가고 블랙컨슈머라는 단어 대신 주요고객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쓰기도 한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블랙컨슈머 대책이 있다 없다를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블랙컨슈머는 말 그대로 악성 고객이지 않느냐"며 "있다고 해도 어떻게 대응하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그렇다고 업체들이 무작정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는다. 소비자보호원 지침 안에서 보상이 이뤄진다. B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고객과 통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원칙이다. 다만 접점이 모이지 않으면 엔진오일 교환쿠폰을 주는 식으로 마무리 짓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한 요구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C사는 지난해 블랙컨슈머와 법정 다툼까지 갈뻔했다. 사건은 이렇다. 고객 D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차량이 마음에 안든다며 유료 주차장에 차를 방치하고 바꿔달라고 요구한 것. 주차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업체 측에 떠넘기는 생떼를 부렸다. 회사가 소송을 제기한 뒤에야 일이 마무리됐다.  업체들은 일반 고객이 블랙컨슈머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충성고객으로 만들어 다툼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현대자동차가 특히 열심이다. 현대차는 올해 '안티 정서 없애기'를 목표로 삼았다. 판매부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감성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영업전략실도 신설했다.신설된 영업전략실은 국내영업본부 내 커뮤니케이션실과 마케팅실의 기능을 통합 재편한 조직이다. 고객들이 제기한 각종 건의사항이나 불만 사항은 이광국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에게 곧장 보고된다.  현대차는 2014년 온라인상의 루머 등에 대응할 목적의 소비자 전담 조직인 커뮤니케이션실을 국내영업본부에 신설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실을 통해 고객의 각종 아이디어를 사업에 반영하는 'H-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해 화이트컨슈머(블랙컨슈머 반대개념)를 양성했다.현대차는 고객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된 편견으로 판매가 부진해지는 상황을 최대한 막겠다는 각오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의 의견을 잘 반영해 품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