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립 랑싯대학 쌀로 대납…쌀 재고량 증가한 농가 돕기 위해
(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태국 방콕 북쪽 교외에 자리잡은 사립 랑싯대학이 등록금을 쌀로도 받을 예정이다. 쌀 재고량 급증으로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랑싯대학 학생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 전액 혹은 일부를 쌀로 낼 수 있다. 쌀 대납 프로그램 확정에 한몫한 물리요법학부의 워라찻 추르촘잔 학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농가를 돕는 게 목적"이라며 "농민은 태국의 근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랑싯대학은 학생들로부터 받는 쌀의 값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일부 쌀 품종의 경우 가격이 10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현지 농민 1600만명은 생계를 쌀 농사에 의존한다. 그러나 태국 안팎 쌀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농사비조차 건지지 못해 애태우는 실정이다. 군부는 어려움에 허덕이는 농가를 돕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이상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농민은 농민대로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 페이스북이나 주유소의 키오스크에서 쌀을 직접 팔기도 한다. 태국의 쌀 재고량은 800만t에 이른다. 이는 4060만t으로 추정되는 세계 거래량의 약 20%에 상당하는 양이다.동남아시아 제2의 경제대국인 태국은 연간 쌀 생산량 중 절반을 수출한다. 9월까지 이어지는 농사철에 쌀 소출이 크게 늘 듯하다. 이는 5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세계의 쌀 공급량은 그만큼 더 늘 것이다.
랑싯대학 로고.
등록금 2만620바트(약 69만원)를 쌀로 대납하겠다는 대학생 윗사누 숙문시리는 "대학 당국의 조치가 없었다면 부모님은 고리 사채업자를 찾아가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립종(長粒種)계로 향긋한 냄새가 나는 태국 재스민쌀은 지난해 11월 t당 평균 8294바트에 거래됐다. 2007년 2월 이래 최저가다. 장립종 조곡(粗穀) 가격은 2014년 5월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현지 최대 석유ㆍ가스 업체인 국영 PTT는 산하 주유소의 키오스크를 농민들에게 빌려준다. 주유소 키오스크에서는 쌀을 시가보다 좀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농민이 쌀을 시가에 정미소로 넘기면 농사비조차 건지지 못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직접 팔면 적으나마 순이익을 건질 수 있다.군부는 올해 정권을 민정으로 이양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는 게 쌀이다. 농업 중심지인 북부의 농민들은 지난 10년간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정치인들을 지지해왔다.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잉락 친나왓 전 총리 남매는 각각 2006년,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에서 축출됐다. 이들은 최근 SNS에서 국민에게 새해 선물로 쌀을 나눠주고 있다며 다른 이들의 기부도 촉구했다. 친나왓 남매와 지지자들은 군사정부가 농민을 돕지 않아 경제 전반이 엉망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와타나 무앙숙 사회개발인간안보부 장관은 "빈곤층의 구매력을 창출해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농산물 가격을 적정선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군부는 농민에게 다른 작물을 심으라고 권한다. 쌀을 당장 내다팔지 말고 기다리면 값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부의 권유는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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