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신분이 취업에 더 유리…올해 졸업예정자 27%가 유예 신청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졸업하고 싶죠. 그런데 취업도 안 된 상황에서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자니 무서워요."올해로 대학교에 입학한 지 8년이 된 대학생 김신혜(27·여)씨의 말이다. 매년 찾아오는 2월 졸업 시즌이지만 김씨는 올해도 졸업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씨처럼 취업을 못해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을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2%가 '졸업 유예'를 선택했다. 졸업 신청을 해두고도 논문을 제출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졸업을 자동 취소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졸업을 유예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혹시 모를 기업의 불이익'이 꼽힌다. 김씨는 "졸업생들이 '졸업하고 그동안 뭐했냐'는 식의 질문을 받고 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주변에서 들었다"며 "어차피 졸업생이나 졸업유예자나 똑같이 취업 준비하는데 다른 할 말이 뭐가 있겠나. 떨어질 이유를 하나라도 줄이려면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실제로 졸업유예자의 취업률이 일반 졸업자에 비해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대학 졸업유예의 실태와 정책 과제'를 보면 2007~2013년 사이 졸업유예자의 취업률은 73.3%~80.3%로, 일반 졸업자의 취업률(69.4%~77.4%)보다 높게 나타났다.취업을 위한 인턴십 등 직무 경험을 쌓는 것도 졸업유예자가 더 유리하다. 대학생 심연희(26·여)씨는 "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실시하는 취업 프로그램 중 재학생이나 졸업유예자만 지원 가능한 게 많고 학교에서 졸업생에게는 인턴 추천도 잘 안 해준다"고 얘기했다.청년고용문제를 연구하는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졸업유예자 취업 성과가 졸업생보다 좋기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게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면서도 "졸업유예자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약 2500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졸업생들이 취업에 불이익 없는 쪽으로 정책이 계속 진행돼야 졸업 유예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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