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수주가뭄, 철강사에 나비효과…후판생산 잇단 감축

빅3 철강사 지난해 후판 생산량 5.3%포인트 줄어생산설비 구조조정은 미지수, 고급강 확대 생존전략 세워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조선업의 수주 가뭄이 철강사에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 철강사마다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후판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후판은 주로 선박을 건조하거나, 건설ㆍ에너지용 강재로 쓰이는 두꺼운 강판을 가리킨다. 국내 빅3 철강사 중 한 곳의 부산영업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작년부터 조선업 관련 기사를 들여다보는 게 일과가 됐다"며 "조선소 수주가 급감하고, 발주처로부터 대금 지급을 못 받는다거나 인도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후판 생산량 해마다 줄어…올해도 더 감축할 듯 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후판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3사의 지난해 후판 생산량은 전년 대비 5.3%포인트(53만t) 감소한 것으로 집계 됐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각각 23만t, 27만t씩 감축했다. 현대제철만 3만t 정도 하락하며 선방했다. 범 현대가인 현대중공업의 영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올해 후판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신규 수주 물량은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 대비 지난해 12월 조선3사의 남은 일감은 28%(1163억달러→835억달러)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 가뭄이 이어지면 철강사도 내년까지는 조선사에 공급할 후판 생산량을 계속 줄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구조조정 머뭇…고급강 생산 확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철강사들이 후판 생산설비를 구조조정 해야한다고 한 이유도 여기 있다. 철강사들도 설비 감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지만, 올해 실천으로 옮길지는 미지수다. 철강3사들은 여전히 후판 공장 셧다운이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설비부터 닫았다간 중국 철강사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 후판 수입을 덜 하거나 국내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철강3사는 후판 빈궁기를 대비해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고급강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 수요는 줄었지만 건설경기가 살아나 건설용 후판 수요는 꾸준히 지속되는 중"이라며 "후판의 절대 판매량은 줄었지만 고급제품 판매 비중은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후판 생산 중 해양구조용, 극저온용 선박에 사용되는 고급강 비중은 25%에 달한다. 일본 최대 철강사 화재…포스코에 후판 긴급 공급 문의 들어와 예상치 못한 호재도 생겼다. 지난달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철주금(NSSMC)의 후판 공장에서 불이 난 이후, 이 곳에서 후판을 공급받던 울산 화학 공장들이 포스코에 후판 긴급 물량을 문의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조선업에서 받은 타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판 가격이 상승한 것도 생산ㆍ판매 감소로 충격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연초 대비 연말 후판은 t당 5~8만원까지 올랐다"며 "중국에서 후판 생산량을 감축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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