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분권형 개헌 내걸고,관훈토론서 차별화 시도정치기반·자금력 등 약점 꼽혀,무주공산(無主空山) 여권·제3지대 등은 기회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대선정국에서 강점과 기회를 살려 약점과 위험을 넘어설 수 있을까. 반 전 총장에 대한 여론의 검증이 막을 올리면서 대선 정국도 요동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뒤쫓는 반 전 총장은 올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잡았다.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고, 개헌을 고리로 한 '비패권지대'를 디딤돌로 삼을 경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지난 25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는 이런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의 신호탄이었다.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화두로 꺼낸 그는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언급하며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나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 일한 적이 없는 한 점의 때도 묻지 않은 정치 신인"이라며 강점을 부각시키거나 "문 전 대표는 나보다 350m쯤 앞서 나가 있다"면서 스스로 약점을 들추기도 했다. 관훈클럽 토론에서 드러났듯이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강점은 유엔 사무총장 경력과 이에 따른 인지도다. 정치적 혐오감과 거리가 다소 먼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은 특별한 정책이나 국정 철학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지지율을 끌어올린 동인이었다. '반풍'은 귀국 후 반짝 불어오는데 그쳤지만 향후 보수층 지지자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파급력이 확산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부족한 정치 경험과 기반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의식한 듯 반 전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에서 "나는 10m도 못 가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까지 기존 정당 입당을 타진할 만큼 취약한 조직력과 자금력도 문제다. 무엇보다 최근 불거진 언행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긍정했던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지하철 탑승권 2만원' '퇴주잔' '턱받이' 논란 등이 커지면서 몸값 하락을 부추겼다. 하지만 기회도 널려있다. 반 전 총장은 여전히 여야를 넘나든 구애를 받고 있다. 여야 비주류가 추진하는 제3지대도 여전히 반 전 총장에게 활짝 열려있다. 이를 의식한 듯이 반 전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발언을 했다.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국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아직 보수진영에 반 전 총장을 위협할 만한 이렇다할 후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기회로 평가받는다. 반 전 총장이 정계 개편의 축이 될 경우 여야를 넘나들며 보수와 중도 진영의 표심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런 반 전 총장 주변에는 위험 요인도 산적해있다. 반 전 총장은 비문(비문재인) 세력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과 주변 인사들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는 향후 안정적 대권 가도를 위협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본인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뇌물죄 혐의로 미국에 기소됐다. 기상씨의 병역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는 등 연일 진보진영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반 전 총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정치권 인사는 "귀국 후 행보를 보면 옛 정치의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비전은 약해 보인다"면서 "주류 지향적 삶 속에서 고유한 색깔을 내지 못한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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