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 엄마들 학교 앞 ‘빨간집’ 100곳 쫓아낸 사연?

강북구,학부모,경찰 등과 힘 합쳐 2015년 5월부터 지역사회와 학교 앞 불법 유흥주점 근절 나서 170곳 중 100곳 퇴출 이끌어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강북구(구청장 박겸수)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학교와 주택가 주변에 밀집한 불법 퇴폐주점들을 완전히 내쫓기로 하고 온 지역사회의 힘을 모아 나선 끝에 기존 170개소 중 100개 업소를 폐업시키는 큰 성과를 거둬 화제다. 2015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불과 1년 여만에 지역의 유해업소 약 59%를 없앤 것이다.

박겸수 강북구청장

강북구가 ‘청소년 유해업소’로 부르는 곳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해놓고서 실제로는 퇴폐주점 형태로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들을 일컫는다. 이런 업소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체로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접객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찻집같은 분위기를 가장하지만 저녁이 되면 붉은 조명에 선정적인 옷차림의 여성들이 지나가는 취객들을 유혹하는 불건전 형태의 주점이다. 만취객들을 유인해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정식 주점 허가를 받지 않았기에 세금문제라든가 위생, 소방 등에서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세가 저렴한 일반 주택가 골목을 파고들다보니?학교 주변에 가까이 위치하게 된다. 학교로부터 반경 200m는 정화구역이다. 통학로 주변의 이런 업소들, 그리고 호객행위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등하교를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우려를 살 만 하다. 강북구는 이들 유해업소를 없애기 위해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구청과 성북강북교육지원청(교육장 안성철), 강북경찰서(서장 한원호) 등 3개 유관기관이 공동 협력해 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1주일에 1~2차례씩 강력한 합동단속을 벌였다. 업소가 특히 밀집한 6개 권역을 선정, 학부모와 학교관계자, 시민단체가 ‘유해업소 근절 동 추진 협의회’ 및 이들을 총괄하는 ‘범 구민운동 추진 협의회’(회장 김공석)를 구성해 주민과 유해업소를 대상으로 이용근절 캠페인과 홍보활동을 펼쳤다.또 구청 담당 공무원들이 유해업소의 건물주들을 일일이 만나 다시는 이런 업소에 세를 주지 않도록 설득하고 참여를 유도, 이 방법이 가장 주효했다는 의견이다. 구 보건위생과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T/F팀 임재업 팀장은 “대부분의 건물주들이 현재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고 나면 더 이상 유해업소를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앞으로 유해업소와의 세가 종료하는 향후 1~2년 후면 더욱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고 귀띔했다.이렇게 해서 1월 20일 현재 170개였던 강북구 내 청소년 유해업소 중 100군데 업소가 문을 닫은 것이다. 이 중 건물주가 유해업소를 퇴출시킨 경우가 35곳에 이른다. 유해업소 영업주가 업종을 전환한 사례도 생겼다. 미아동 성암여중 부근에서 2010년부터 유해업소를 운영하던 나 모씨(51)는 30일 영업정지를 맞는 등 구청의 계속되는 강력 단속에 결국 업소를 접고 그 자리에 의류점을 열었다. 그 밖에 수유동 강북중학교 인근 유해업소도 일반음식점으로 새로 개업하는 등 4곳이 업종을 전환했다. 1회성 형식적 캠페인이 아닌 구청의 강력한 근절 의지가 엿보이는데다 집중단속과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업소 인근 주민들과 이곳을 통학로로 둔 학생의 학부모들이 특히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공무원의 단속과정에서 업소주와 실랑이라도 벌어지면 이웃 주민들이 함께 나서서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강북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활동 및 캠페인과 함께 유해업소 건물주에게 임대차기간 종료 후 계약을 갱신치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유해업소 영업주가 업종 전환을 희망하거나 폐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 일자리 알선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 자율적인 퇴출을 더욱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또 협소한 공간에 일반음식점 영업을 신고하는 등 향후 퇴폐주점으로의 불법 영업이 의심되는 경우 신고를 접수할 때 현재 구청의 강력한 유해업소 단속활동과 퇴출 의지 등을 미리 상세하게 안내함으로써 기존 업소의 퇴출 못지 않게 새로운 업소의 발생을 막는 데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처럼 많은 유해업소가 문을 닫은 것은 학부모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속에서 구청과 강북경찰서, 성북강북교육지원청 등 지역 유관기관들이 힘을 모아 전방위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주변의 남은 유해업소들도 반드시 모두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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