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에서 메인으로…'흰 계란이 돌아왔다'

갈색은 토종닭, 흰색은 수입닭이 낳는다 오해80년대부터 시장서 사라져 소량 구색상품으로 전락갈색·흰색 계란 산란계는 모두 수입종

일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일반란과 함께 국내산 흰 계란이 30개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수입산 이미지를 벗지 못해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국내산 흰색 계란이 수급대란을 계기로 다시 대형마트에 등장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미국산 흰색 계란도 유통되기 시작할 예정이어서 관련 시장 변화가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매장을 통해 30개짜리 국내산 흰색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2015년 8월부터 차별화 구색상품으로 트레이더스에서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갈색 계란 공급부족 사태로 판매가 늘며 취급 초기 대비 관련 매출이 3배까지 뛰었다. 가격은 8380원으로 갈색 일반란(7980원) 대비 5%가량 비싸지만 일일 공급 물량은 전부 팔려나가 일반란과 마찬가지로 1인 1판으로 구매제한을 실시 중이다. 일산 이마트타운의 경우 진열 위치를 매대 한쪽에서 30개짜리 일반란과 함께 들여놓는 식으로 바꿨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출 및 판매량은 계란 색을 기준으로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부활절을 기점으로 수요가 늘다가 최근 갈색 계란의 공급 부족 문제로 흰색 계란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유통된 달걀의 99%는 갈색 계란이다. 흰색 계란이 주로 유통되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사라져 현재는 시중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게 됐다. 흰색 계란이 자취를 감춘 가장 큰 이유는 '갈색 계란은 국내산, 흰색 계란은 수입산'이라는 잘못된 통념 때문으로 알려졌다. 계란의 난각(껍질) 색은 크게 흰색과 갈색으로 나뉘는데 각각 흰 품종의 백색레크혼ㆍ로만화이트, 갈색 품종인 하이라인브라운ㆍ로만브라운으로부터 생산된다. 두 품종은 모두 수입종이지만 갈색 계란은 토종닭이 낳은 것이라는 틀린 상식이 확산되면서 흰색 계란의 인기가 급감한 것. 국내에서는 4구나 15구 등 소량으로 포장돼 구색상품으로 주로 매대 한쪽을 차지해왔다. 운영 초기에만해도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부활절을 기점으로 트레이더스에서의 판매량은 조금씩 늘었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흰색 계란은 상대적으로 껍질이 얇아 파손 위험이 높고 세척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난각에 그림 그리기가 쉽고 노른자 비율이 더 높다는 설 등이 방송에 등장하며 이슈된 바 있다"면서 "작년 부활절부터 서서히 수요가 늘다가 최근 갈색 계란 공급 부족으로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 롯데마트의 미국산 수입란 유통을 기점으로 흰색 계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실제로 계란 난각색과 계란의 품질, 맛 등은 차이가 거의 없어 흰색 계란에 대한 고정관념도 함께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미국 아이오와주 계란 농장에서 수입한 흰색 계란 150만개를 판매(8990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흰색 계란이 잘못된 상식 탓에 외면받았던 만큼 최근 계란 대란을 계기로 인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흰색 계란 역시 AI 문제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존 시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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