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음식점 거리를 지나다 보면 사람들은 고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채식주의자들이 들어갈 만한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어떤 고기를 먹을지를 결정할 때는 맛이나 취향에 따르겠지만, 유행의 영향도 받을 것이고, 가격도 고려할 것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가 24.4kg으로 소고기 11.6kg보다 훨씬 많은 데에는 가격 영향이 클 것이다.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좋은 고기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 같다. 소고기는 포화지방이 많으니 가능하면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중간이니 있으면 먹고 없으면 먹지 말고,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이 많으니 찾아다니면서 먹으라든가 이와 비슷한 말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이 맞는 말일까? 영양소 측면에서 어떤 고기가 몸에 좋을까?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에는 대체로 수분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과 약간의 탄수화물이 들어있는데, 부위별로는 살코기에는 보통 75%의 수분과 21~23%정도의 단백질, 그리고 약간의 지방이 들어 있으며, 소나 돼지의 지방층에는 90%안팎의 지방에 5%안팎의 수분과 약간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이러한 고기들은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나 비율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포화지방의 비율도 30~35%수준으로 비슷하다. 오리고기도 불포화지방이 많다는 소문과 달리 포화지방 비율이 비슷하다. 영양소 측면에서 보면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사이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어떤 고기가 몸에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무 고기나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단백질과 지방, 일부 무기질과 비타민만으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공급해 줄 수 없다. 어떤 고기에도 전혀 들어 있지 않으며 식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는 영양소가 있기 때문에 고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식사로는 건강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고기섭취량이 많아지면 단백질과 지방은 적정량을 초과하는 반면, 고기에 거의 없는 탄수화물이나 항산화제, 식이섬유는 부족하게 된다. 포화지방의 과잉 섭취는 각종 혈관질환과 비만을 가져오고, 탄수화물이나 항산화제, 식이섬유의 부족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식물성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다.우리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 차원에서 볼 때 식물성 음식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으므로 우리는 식물성 음식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반면에 동물성 음식에는 영양소가 편중되게 들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식물성 음식은 필수이며, 동물성 음식이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식물성 음식을 충분히 먹어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되, 취향에 따라 단백질이나 지방과 같은 일부 영양소를 동물성 음식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육식을 과잉 섭취하여 온갖 생활습관병에 시달리고 있는 선진국들 특히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그들의 현실과 반성을 눈여겨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