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말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통상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경기도 썰렁해진다. 그러다 추석을 기점으로 달아오른다. 차례, 선물, 민족의 대이동이 경기를 지탱한다. 이윽고 연말이 다가온다. 경기는 잠시 호황을 누린다. 화려한 크리스마스와 넉넉한 송년회 탓이다. 연말 상여금도 한몫한다.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달라도 매우 다르다. 흥청망청은 온데간데없다. 먼저 ‘김영란법’의 여파로 소비가 주춤했다. 어느 정도 적응할 무렵 우리는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벌써 두 달째다. 정부는 손을 놓았고, 국회는 정치에 매달렸다. 대기업도 잔뜩 움츠렸다. 이맘때 들리는 임원 승진 소식도 많이 줄었다. 심지어 내년 경영계획도 오리무중이다. 경기침체에도 소비자물가는 상승 중이다. 라면, 과자, 청량음료, 맥주, 빵, 달걀 등 서민의 먹을거리 가격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그나마 잠잠하던 국제 유가도 서서히 오르는 분위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갑지 않은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찾아왔다. 달걀 생산이 줄어 빵 공급마저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독감으로 학교는 휴교했고, 병원은 백신을 구하지 못해 환자들은 불안해한다.이런 국면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일부는 내년 예산안 통과가 엊그제인데 예산을 집행도 안 하고 벌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1분기에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했다. 금리도 쉽게 손대기 부담스럽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올리자니 경기침체의 골이 깊을 것 같고, 안 올리자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만만치 않다. 내리자니 가계부채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고, 안 내리자니 가계의 대출부담은 커지고 있다.한국을 둘러싼 주변국의 환경도 좋지 않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문제 삼고 있다. 한류는 막혔고, 투자는 멈췄다. 중국인의 한국 여행도 주춤하다. 빠르게 증가하던 화장품 수출도 한풀 꺾였다. 중국 투자 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압박이 거세졌다.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미국 경제도 예상 밖으로 빠르고, 크게 움직인다.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미국으로 이동 중이다. 덕분에 원화가치는 하락했다. 수출이 다소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등장으로 보호무역을 거세질 분위기다. 수출에 유리한 여건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한 줄기 빛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치 무정부 상태에서 경제가 수렁으로 치닫는 것 같다. 누구도 경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느낌이다. 우리의 눈과 귀는 오로지 정치 논쟁에 쏠렸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다 해도 대통령 선거와 정부 출범까지 적어도 내년 상반기는 그냥 지나간다. 새로운 정부까지 기다리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러는 사이에 자영업자와 서민의 한숨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분노에 다다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지금도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며 일단 눈치를 보는 입장이다. 여야는 선거를 앞두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기 부담스럽다. 야당은 추가경정예산이 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염려한다. 여당도 둘로 쪼개진 마당에 총대를 멜 사람이 없기도 하다. 추가경정예산을 야당이 주도한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적어도 서민의 삶에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 여야와 정부 담당자가 모여 경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몹시도 시린 겨울이다.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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