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크루즈선 발주액 18조2000억원…지난해보다 68% 증가STX조선해양, 손자회사 STX프랑스 매각…27일 본입찰 국내 유일 크루즈선 조선사가 외국에 팔려가면 인프라 붕괴 최악 시황·구조조정 탓에 조선3사 인수전 구경만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올해 '바다위 특급호텔' 크루즈선 시장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은데도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성장했다.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국내 조선업계는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하려는 손자회사 STX프랑스는 글로벌 3위 크루즈선 제작사다. STX프랑스가 외국 기업에 매각되면 우리나라의 크루즈선 산업 인프라는 사실상 붕괴되고 만다. 조선업 위기의 이면에는 '크루즈 눈물'도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TX프랑스는 오는 27일 본입찰에 들어간다. 지난 2013년 5월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 두 번 유찰 됐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크루즈선 전망이 밝은 만큼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법원이 지난달까지 STX조선해양과 STX프랑스를 묶음판매 하려고 했다가 외국 조선사들이 인수 의향을 보이는 STX프랑스만 먼저 팔기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STX프랑스는 세계 3대 크루즈선 조선사 중 하나다. 11월 클락슨 기준 수주 잔량은 7척(1068CGTㆍ가치환산톤수)이다. 크루즈선은 일반 상선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STX프랑스가 올해 초 건조한 세계 최대 크루즈선인 '하모니 오브 시즈(Harmony of Seas)' 가격이 1조 3000억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STX조선해양은 2008년 노르웨이의 크루즈선 건조 전문기업인 아커야즈를 인수해 STX유럽을 세웠다. STX프랑스는 STX유럽의 자회사다. STX프랑스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받을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크루즈선 분야에 국내 조선소가 진출한 것만으로도 평가받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2000년대 후반 크루즈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거나, 페리선을 만드는 등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었다. 조선업계 전문가인 이석제 포트원 파트너스 대표는 "STX의 경영능력 부족으로 인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 했을 뿐, 크루즈선 시장 진입은 한국 조선업이 다양한 선종을 확보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기존 업체를 인수해 선체 부문만이라도 국내 조선사들이 만들어 단계적으로 진입해야하지만, 어렵게 인수한 STX프랑스를 외국에 매각하면 지금까지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세계 크루즈선 발주금액은 153억달러(18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91억달러) 대비 6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조선사들의 상선 수주 총 금액인 121억달러(14조4000억원)를 뛰어넘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크루즈선 수주 잔량은 이미 2026년까지 꽉 찼고, 배를 새로 인도 받으려면 10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3사는 바닥을 기는 시황과 구조조정 때문에 STX프랑스 인수전에 뛰어는 것을 꿈도 꿀수 없는 처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황만 좋다면 얼마든지 인수를 검토할 의향이 있지만 모든 걸 줄이는 와중에 그럴 여유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현재까지 STX프랑스 인수후보로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네델란드 다멘, 프랑스 DCNS이 거론되고 있다. STX프랑스 지분은 STX유럽이 66.66%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프랑스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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