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비박(비박근혜)이 흔들린 까닭이다. 정치권에선 탄핵안 부결 시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거론되는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일은 너무 엄중해서 가정해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회를 향해 횃불이 날라 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KBS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부결한다고 하면 결국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합법적으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두 야당 대표가 탄핵안 부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국회에서의 탄핵 가결을 자신해온 이들이 해당 가능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단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반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들끓은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에 대한 촛불 민심이 여의도 국회로 향한단 의미다. 깊어진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미지수다. 비박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게재해 "국회는 정기국회 안에 바로 탄핵 의결해야 한다. 만약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국민은 광화문이 아니라 여의도로 모일 것이다. 그리고 국회를 해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집권 여당은 박 대통령에 동조자·부역자 프레임에 얽히게 된다. 박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을 힐난하며 정치적 생존을 모색해온 비박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하듯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비상시국회 대표자-실무자 연석회를 갖고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을 강행할 경우 탄핵안 가결이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탄핵 의결정족수는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탄핵안 부결의 역풍은 야권에도 거세게 불 전망이다. 일단 야당이 정치적으로 무능하단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줄곧 강조해온 수권 정당으로의 면모는 대거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0만 촛불 민심도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싫어서 야당을 지지한다고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탄핵 관련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논의 중인 12월2일 혹은 9일 표결이 아닌 차후에 탄핵안을 표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9일을 마지노선으로 결정해 놓고 추진하고 있지만 만약 9일을 넘기면 금년 정기국회가 끝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탄핵을 계속 추진할 것인가의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아예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재발의를 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부결 안건은 같은 회기에 다시 심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기초해 정기국회가 끝난 후 여야가 임시국회 일정을 잡아야 탄핵안을 재발의할 수 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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