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통사고 났다며?…퇴근 하면 '빠순이'변신

부애리의 트렌드 읽기 - 워킹맘 등 '아이돌 덕후' 확산…'덕질'하느라 월60만원 써도 기분전환

그림=오성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사회초년생인 황모(27)씨는 요즘 아이돌 그룹 엑소에 푹 빠져산다. 황씨는 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엑소를 보고 팬이 됐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엑소가 나오는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필수코스가 된 지 오래다. 황씨는 "학창시절에도 안하던 팬질을 나이먹고 시작했다"며 "엑소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져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나는 아직 라이트 팬(가볍게 즐기는 팬을 말함)이다. 진정한 빠순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라며 웃었다.

무한도전X엑소. 사진=스포츠투데이DB

'덕통사고'를 당한 20,30대 여성들이 늘고있다. 덕통사고는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특정 분야 혹은 사람의 팬 또는 덕후가 되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오빠부대'를 대표하는 빠순이(오빠에 빠진 어린 소녀를 일컫는 말, 열성적인 팬을 비하하는 용어)는 이제 소녀팬을 넘어서, 누나팬, 이모팬을 일컫는 용어로도 손색이 없다.◆'아이돌' 덕후도 어엿한 취미생활= 그동안 '덕후'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었다. '아이돌 덕후'라 불리는 빠순이 역시 음지의 영역이었다. 빠순이라는 단어에서 알수있듯 기존의 팬들은 늘 비판의 대상이 되기 일수였다. 사생팬, 극성팬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 늘 강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덕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9일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덕후’에 대한 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덕후 문화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 결과, 전체 68.8%가 덕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취미생활의 향상 측면에서 덕후의 필요성이 많이 강조됐다. 전체 68.6%가 덕후들에 대한 조망이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취미를 만들게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다는 의견도 64.6%에 이르렀다.워킹맘인 윤모(34)씨는 육아스트레스를 팬질(팬으로 활동하는 일)로 푼다. 젝스키스 팬인 윤씨는 "남편이 팬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콘서트 갈 때 아이를 봐 준다"며 "이런 활동마저 없으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엑소 팬이라고 밝힌 무한도전 김부경PD. 사진=MBC

◆빠순이에게도 '노오력'이 필요하다= 취미생활을 가지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콘서트 티켓팅에서 조공(아이돌에게 선물하는 일)까지 모두 다 정성이 들어간다.뮤지컬 배우 윤형렬의 팬인 직장인 오모(28)씨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한다. 봤던 공연을 다시 보는 회전문 관객이 되는 것도 오씨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오씨는 "기분전환이 된다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덕질(자신이 좋아 하는 분야, 덕후가 된 분야에 빠져서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적인 일이다"라며 "괜히 스트레스 쌓여서 우울하고 병 걸리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직장인 홍모(36)씨는 방탄소년단 팬이다. 홍씨는 "생전 안하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까지 시작했다"며 "방탄소년단에 관한 정보나 콘텐츠를 모으기 위해 온갖 외국 사이트를 뒤지고 필요한 경우엔 공부까지 한다"며 웃었다.엑소 시우민 팬인 김모(34)씨는 "나이먹어서 팬질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정보 모으는 것도 공부하듯이 한다"며 웃었다. 김씨는 엑소 콘서트 티켓팅을 위해 20명을 대동하기도 했다. 김씨는 "티켓팅 경쟁률이 장난 아니다. 예전에도 예매에 실패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준비를 단단히 했다"며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간신히 예매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엑소 콘서트. 사진=SM 엔터테인먼트

◆연애보다 팬질이 좋은 이유= "팬질은 연애처럼 머리 아픈 밀당이 필요가 없어." 지난해 방영한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승무원 사무장이자 엠블랙 팬클럽 회장인 최미향(진경 분)은 이렇게 말했다.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의 외적 조건들과 무관하게 오직 그 관계 자체가 줄 수 있는 보상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순수한 세계'라는 것이다.이에 대해 'god 스타덤과 팬덤' 저자 박은경은 "순순한 관계로서의 몰입이 사회에 대한 소극적 반응의 결과물, 즉 현실 회피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적극적 방어라고 볼 수도 있다. 무언가 영원할 수 없고 무대가성일 수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순수한 사랑의 신화를 찾고 그것을 키워감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지도 모른다"며 "연애에 몰입하는 것과 스타에게 몰입하는 것은 '순수한 관계'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스타를 사랑하면 남자친구와 사귈 때 발생할 수 있는 스킨십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연애에 드는 정신적 소모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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