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교체되기 전의 ‘데스티니 차일드’ 캐릭터 이시스/사진=송미나(오네) 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이은혜 인턴기자]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한 작가의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뜨겁다. ‘데스티니 차일드 for kakao(이하 데스티니 차일드)’는 시프트업과 넥스트플로어가 공동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신작 모바일 게임이다. 일러스트 작가 송미나(오네)는 이번 게임의 4성 캐릭터 ‘이시스’를 그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이 “메갈리아냐”는 멘션을 보냈고, 송 작가는 부정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이 과정에서 송 작가가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네티즌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데스티니 차일드 측은 공식 카페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논란이 발생하거나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는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시스 캐릭터는 임시 이미지로 대체됐다.
일러스트 작가 송미나(오네)가 ‘데스티니 차일드’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사진=송미나(오네) 트위터 캡처
송 작가는 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이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해 ‘메갈리아냐’며 사상검증과 다를 바 없는 질문을 받은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메갈? 한남충?”…여성혐오의 미러링 문제가 된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홈페이지로 2015년 개설됐다.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몰카’나, 소위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으로 유포되는 ‘리벤지 포르노’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고 이용하는 이도 거의 없다.이들은 여성혐오에 반대하며 ‘미러링’을 이용했다. 미러링은 말 그대로 상대의 잘못을 거울처럼 따라한다는 뜻이다. 그간 여성에게만 비하의 의미로 사용됐던 김여사, 김치녀, 된장녀 등의 단어 역시 미러링의 대상이 되었다. 송 작가가 사용한 단어 한남충은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 남자’와 ‘벌레 충’의 합성어다. 한국 남성 중 성차별 적인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을 비꼬는 의미를 갖고 있다.일부 네티즌들은 풍자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격한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논란의 확산 “제 작업물은 모두 사용하지 마십시오”이와 함께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루키아나’도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신이 데스티니 차일드를 개발한 시프트업에서 2년 동안 캐릭터 원화가로 재직했으나 최근 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 김자연 성우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이로 인해 회사에서 제재를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밴드 못(Mot)의 보컬 이이언은 트위터를 통해 김자연 성우를 지지했다/사진=이이언 트위터 캡처
김자연 성우 역시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지지했다가 올해 7월 넥슨으로부터 해고됐다. 네티즌들은 ‘#넥슨_보이콧’, ‘#김자연성우를_지지합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만들어 이에 항의했고, 넥슨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밴드 못(Mot)의 보컬 이이언 역시 김자연 성우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루키아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자신이 작업한 모든 작업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송미나 등 페미니즘 및 메갈리아를 지지한 작가들의 작업물을 다시 복구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자연 성우 발언 이후 나와 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은 연대와 지지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추가로 이미지를 교체할 것을 공지했다/사진=루키아나 트위터 캡처
이에 데스티니 차일드 측은 2일 공식 카페에 다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추가로 논란이 발생될 여지가 있는 이미지가 체크됐다’며 ‘교체가 필요한 이미지의 수량이 적지 않은 관계로 전량 교체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루키아나가 제시한 두 개의 안 중 첫 번째를 선택한 셈이다.이에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자연 성우 해고 당시 수많은 항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데스티니 차일드 측의 대응이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사상 검증’이라는 주장이 두드러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김여사, 김치녀, 된장녀라고 할 땐 비하 단어라고 하지 않았으면서 왜 한남충은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근로계약이란 것은 노동을 사고파는 것이지, 개인의 신념이나 자유까지 파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인격까지 사고팔았다. 그것을 노예제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데스티니 차일드 측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이은혜 인턴기자 leh9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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