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요 평창' MV 전말…2억7000만원 행방은?

''B급 정서'와 홍보 조합? 기획부터 엇박자'...제작사 라우드피그, 일부 출연진에 출연료 미지급
'공익사업적립금 사전 심의부터 사후 통제까지 철두철미해야'

'아라리요 평창' 뮤직비디오 한 장면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근래 유럽에서는 뮤직비디오를 거의 찍지 않는다. 제작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런 환경은 꾸준히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케이팝에 기회로 작용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사이트 등을 통해 한류를 주도하는 매개체로 자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아라리요(ARARI, YO) 평창'은 이런 흐름에 편승해 나온 작품이다. 공연전통예술과 관계자는 "평창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을 영상이 필요했다"고 했다.지난달 27일 공개된 영상에 반응은 뜨거웠다. 페이스북에서 약 23만 명(19일 현재)이 '좋아요'를 클릭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아이디와 댓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유투브에서의 평가는 정확히 반대다. 조회 수 121만968회를 기록했는데 '좋아요' 수는 533명에 불과하다. 반면 '싫어요'는 2만3702명이다. 만듦새와 제작비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다.

'아라리요 평창' 뮤직비디오 한 장면

아라리요 평창은 걸 그룹 시스타의 효린이 부르는 댄스곡이다. 그녀는 뮤직비디오에서 '흥 바이러스'에 감염돼 개그맨 김준현, 정성호 등과 춤을 춘다. 영화 '부산행'의 좀비 소재에 'B급 정서'가 입혀졌다. 우스꽝스러운 춤판이 벌어지는 사이 평창과 올림픽은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동계올림픽 경기의 움직임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안무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광고 감독 A씨는 "막춤에 불과하다. 아이스하키, 컬링 등의 장비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광고 관계자 B씨는 "B급 정서에 치우친 나머지 평창과 강릉의 특색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단조롭고 주제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대박을 친 이유는 강남 등 사회를 향한 풍자가 B급 정서와 효과적으로 어우러졌기 때문"이라며 "홍보성 뮤직비디오와 B급 정서는 웬만해서는 기획부터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라고 했다. 아라리요 평창을 제작한 곳은 '라우드피그(Loudpigs).' 이번 곡을 편곡한 재즈그룹 '윈터플레이'의 이주한씨 등이 소속돼 있다. 모회사인 숏컷필름의 대표는 재키곽씨로 이주한씨의 아내다. 강제규필름 등을 거쳐 삼성, LG, KIA 등 대기업의 글로벌 커머셜을 제작했다. 광고계에서는 큰손 중 하나로 통한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차은택 아프리카픽처스 대표 등과 함께 2012년 7월 M.net에서 방영된 '꿈꾸는 광고 제작소'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을 정도다. 당시 그는 거침없는 독설로 화제를 모았다. 참가자들에게 "여러분이 우리나라 광고계를 이끌 사람이라 생각하니 굉장히 답답하다. 촬영과 표현을 좋아하면 그냥 집에서 유투브에 올리세요"라고 했다.

재키곽(왼쪽)과 이주한

라우드피그는 문체부에 아라리요 평창 제작을 직접 건의했다. 사업비로 2억7000만원을 챙겼다. 문체부 관계자는 "편곡, 기획, 섭외, 촬영(3박4일) 등이 모두 포함됐다"고 했다. 이 돈은 공익사업적립금이다.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익사업에 쓰도록 배정된 것으로,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와 경륜경정 수익금 중 일부로 재원을 충당한다. 국회 예산안심의에서 삭감된 사업 등에 지원되는 경우가 빈번해 예산낭비 요인으로 자주 거론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지원금이 대표적 사례다. 강병규, 주영훈, 한성주, 현영, 김용만 등 연예인 스무 명과 수행원 스무 명이 모두 2억60만원을 쓰면서 한국선수가 출전한 경기장를 고작 여덟 번 찾았다. 응원단은 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관련 행정 절차를 무시했다. 문체부도 지원금을 교부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관련 신청서를 접수받는 등 요식행위로 행정절차를 밟아 도마에 올랐다. 아라리요 평창은 어떨까. 문체부 관계자는 "공익사업적립금을 겨우 마련해 지원했다"고 했다. 그러나 광고계에서는 문체부가 사업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편곡, 섭외비 등을 감안해도 5000만원 안팎이면 충분했을 작품"이라며 "세트, 소품 등 프로덕션 디자인 등에 쓰인 비용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B씨도 "1억원 이상 투입된 뮤직비디오가 많아진 흐름에 편승해 제작비가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문체부가 사전 심의부터 사후 통제까지 철두철미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했다.

'아라리요 평창' 뮤직비디오 한 장면

문체부 관계자는 "2억7000만원에서 대부분은 효린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연예계 관계자는 "50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좋은 취지에서 출연한 것"이라고 했다. 아라리요 평창에는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과 강릉시청 쇼트트랙 선수들도 출연한다. 훈련을 생략하고 숙소가 있는 서울에서 평창까지 달려간 이들에게 돌아간 출연료는 0원이다. 강릉시청 관계자는 "회식비로 50만원을 받았을 뿐"이라면서 "서울에서 평창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유류비 등을 청구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관계자도 "애초 협조공문에 출연료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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