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현진 기자]한국은행이 2%대 잠재성장률을 사실상 인정했다. 우리 경제가 최근 2년간 통화·재정 카드를 다 쓰고도 2%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내년 성장률 역시 2%대가 불가피해지자 내린 결론으로 해석된다. 이는 국내외연구기관에서 2%대 저성장이 한국 경제의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정의되는 기준)인 만큼 이에 맞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경고와도 일정부분 맥이 닿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열린 최근의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내년 2.8% 성장률 전망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음을 시사했다. 잠재성장률은 가용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사용했을 때 물가상승 등 공급애로를 겪지 않고 달성 가능한 최대 생산증가율이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4.8∼5.2%에서 2006∼2010년 3.8%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가장 최근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잠재성장률은 3.0~3.2%(2015~2018년)로, 3%대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을 빗대어 보면 최근 잠재성장률이 재차 하락하며 2%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잠재성장률의 2%대 추락은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정부와 한은이 재정을 보강하고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는 총 동원령을 펼쳤지만 우리 경제가 3%대의 성장률로 재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회복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기 위해 재정정책을 수차례 동원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추가경정예산은 2014년을 제외하고 모두 편성됐다. 2013년에는 17조3000억원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추경이 이뤄졌고 지난해 11조6000억원, 올해 11조원의 추경이 이뤄졌다.2014년에는 별도로 추경을 하진 않았지만 당시 세월호 참사 직후 침체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이 실시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0조원이 넘는 재정정책을 실시, 사실상 추경 효과를 누렸다.소비 진작 정책도 연이어 써왔다.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잇딴 악재로 인해 침체된 내수를 살리는 게 경기 회복의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봄과 가을에 관광주간을 실시해 호텔, 기차, 주유 등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관광을 통한 소비 확대를 꾀했다.지난해와 올해는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해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그랜드 세일,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을 실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한 주요 유통업체 54개를 대상으로 매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1일)보다 10.1% 늘었다고 밝혔다.한은도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하하며 시중에 자금이 돌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한 2014년부터 총 5차례 기준금리를 내려 2.25%였던 기준금리를 1.25%까지 내렸다.정부와 한은이 이처럼 3%대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카드를 총 동원했지만 성장률은 기대에 못미쳤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쳤고 올해 역시 한은 전망대로라면 2.7%의 저조한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밝지 않다. 한은이 예상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8%다. 3년 연속 2%대 성장을 공식화 한것이다. 그나마 한은의 전망치는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치보다 다소 높아 낙관적 희망이 실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2%로 예측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2.6%로 전망했다. 상당수 해외 투자기관들도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대 초중반으로 예상한다. 이에 시장에선 벌써부터 정부와 한은이 내년 역시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며 성장률을 방어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IB 소시에테제너랄(SG)은 내년 1~2분기에 걸쳐 금리를 두 차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건설업황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 여파,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의 추락으로 실질 성장률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성장잠재력의 추락이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파급력이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국가부채를 늘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려도 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성장률 방어를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재정을 확장하면서 중장기적으론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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