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표면적인 이유는 주요 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그간 제기된 총수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신 회장을 일종의 '총책'으로 간주할 수 있겠느냐는 판단도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한 데다 신 회장이 수시로 일본에 드나들고 초기 수사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포착됐던 만큼 구속 요건이 충족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특히 신 회장 주도로 이뤄졌다는 '이익 빼돌리기'의 규모가 국내 대기업 수사 사상 가장 크다고 지적하며 법원을 설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밝힌 신 회장의 혐의는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에게 400억원, 신격호 총괄회장(94)의 부인 서미경(57)씨와 딸 신유미(33)씨에게 100억원 등 약 500억원의 부당 급여를 챙겨줬다는 내용이다.검찰은 서씨 등이 일부 국내 계열사에 이름만 올리고 '공짜 급여'를 타간 것으로 본다. 신 회장은 2005∼2013년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씨 등이 운영하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등에 넘겨 이들 업체가 77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게 해주고 2009∼2010년 현금인출기 제조사인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신 회장의 혐의가 그 자체로 구속영장 발부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각종 형사사건을 담당했던 A변호사는 "신 회장의 혐의는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가 부당이득을 공유하게 했다는 것"이라면서 "법원이 신 회장에게 유독 특별한 책임, 나아가 거의 전적인 책임을 물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제시한 대부분의 혐의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시절에 그의 지시로 발생한 것이고 자신이 실질적인 이득의 수혜자도 아니었으니 모든 책임을 홀로 지는 건 부당하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A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신 회장의 혐의는 '신동빈 개인' 차원으로 보면 오히려 맹점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여러 차례 '신 회장 신병확보 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을 일괄 불구속 기소할 방침'임을 암시했다. 이처럼 신 회장에게 초점을 맞추고 수사 방향을 정한 것이 법원을 설득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검찰과 법원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가지 견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드시 저희(검찰)만 옳다고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더라도 이른바 '신동빈 체제' 구축 뒤에 발생한 중대한 비리 혐의를 추가로 포착ㆍ소명하지 않는 한 신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신 회장을 포함해 사법처리되지 않은 총수일가를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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