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서 '변화 역설'하며 테드 강연이후 계열사 CEO 테드 형식 강연 잇따라[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 6월말 긴급 확대경영회의를 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앞에 섰다. 갈색 바지에 옅은 하늘색 셔츠, 오른쪽 뺨에 단 무선 마이크는 그동안의 회의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회의 방식도 달랐다. 그는 1시간 동안 '테드(TED)' 형식의 강연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SK에선 '테드' 열풍이 불고 있다. 형식에 얽매여 회의를 진행하기 보다 압축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테드'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테드는 짧은 시간 동안 강연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격식을 차리지 않은 자유로운 복장, 간결한 파워포인트(PPT) 등이 돋보이지만 청중에게 집중해 메시지를 풀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13일 과장ㆍ대리급 앞에서 '딥체인지 앤 이노베이션'이라는 주제로 테드 강연을 진행했다. 21일에는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과 비교해 SK이노베이션의 위치를 설명한 후 기업가치 30조원 회사로 가기 위해 달라져야 할 점 등을 역설했다. SK종합화학ㆍSK에너지ㆍ인천석유화학 등 SK이노베이션 계열사 CEO들 역시 테드 강연을 통해 직원들에게 변화를 강조했다. 이밖에 황규호 SK경영경제연구소장도 테드 형식으로 강연에 나섰고, SK텔레콤 등 다른 관계사 CEO도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드 열풍은 최 회장이 강조한 '변화'와 일맥상통한다. 확대경영회의 당시 최 회장은 기존 관습의 틀을 깨는 강력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가 강조한 세가지 변화는 '돈 버는 방식, 일하는 방식, 자산 효율화'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출퇴근 문화, 근무시간 등 사소한 부분부터 지금의 방식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며 "각 사가 자율적으로 생존법을 찾아 실행해보라"고 강조했다. 최적의 방법을 고민해 구성원들과 허심탄회하게 공유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방법을 정하고 따르기를 강요하기 보단, 개개인의 의견을 들어 실수를 줄이도록 한 것이다. 최 회장이 테드 형식으로 계열사 CEO 앞에 나선 것도 본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이다. 변화를 말하는 자리에서 기존의 딱딱한 형식을 고수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모습은 다음달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도 CEO들에 의해 재현될 전망이다. CEO들은 테드 형식을 빌려 각 사별 혁신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SK관계자는 "테드가 정답이라기 보다는 과거 딱딱한 보고 형식에서 벗어나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라며 "일하는 방식부터 회의하는 방식까지 기존에 관습적으로 했던 것을 모두 바꿔보자는 최 회장의 취지에 CEO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CEO 세미나에선 최 회장이 확대경영회의에서 주문한 변화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각 사별 경영현안과 내년 계획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정해진 주제가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2박3일간 진행되는 세미나에는 16개 주력 관계사 CEO를 비롯한 20여명이 참석한다.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