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꺾인 애플]아이폰, 혁신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이용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한 두 발 먼저 선보이던 애플의 또 다른 이름은 '혁신'이다. 하지만 올 가을 애플의 신제품 행사에서 탄성이나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아이폰7'의 공개 현장도 다르지 않았다. ◆생각했던 딱 그만큼 혹은 그 이하=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이전 시리즈에 비해 카메라 기능이 향상되고, 헤드폰 잭이 사라진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주목할 만한 기능 향상을 이끈 신제품이었다.하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외신들도 "혁신이 없다"고 치명타를 날렸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신제품을 보면 듀얼카메라, 펜, 방수·방진 등 서로 겹치는 기능이 많다.기존 틀을 벗어나는 혁신이 어렵기 때문에 경쟁사가 먼저 도입한 기능을 가져오는 변화에 그치고, 그러다 보니 프리미엄폰이 상향 평준화되는 분위기다.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혁신의 대명사로서의 명성이 무색하게 다른 안드로이드 폰들과 차별화 되는 아이폰 만의 독특함이 사라졌다는 평가다.이번 이벤트에서도 전작과 디자인에서의 차별성도 부족해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전작 아이폰6S와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방수 기능과 듀얼카메라 등의 기능이 추가됐다.아이폰7 시리즈는 전작과 비슷하게 모서리가 둥근 알루미늄 일체형 바디를 적용했다. 반면 IP67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이 추가됐고, 기존에 있었던 3.5mm 헤드폰 잭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애플은 제품의 헤드폰 잭을 없애는 대신 '에어팟(AirPod)'이라는 전용 무선 헤드폰을 공개했다. 에어팟은 아이폰7과 애플워치에 무선으로 연결되며, 배터리 지속 시간은 5시간이다.디스플레이는 전작보다 25% 밝아졌고, 전작의 3D터치 기능을 그대로 계승했다. 화면 해상도는 아이폰7이 720 x 1280, 아이폰7플러스가 1080 x 1920로 전작과 같다.홈버튼에는 포스터치(표면에 가해진 압력의 세기를 구분해 인식하는 기술) 기능이 추가됐다. 맥북에 탑재된 포스터치 트랙패드와 같은 기능을 하는 셈이다.색상에는 전작에 있었던 스페이스 그레이 대신 유광 소재의 제트 블랙과 무광 소재의 블랙이 추가됐다. 이외에도 골드, 실버, 로즈골드 색상이 있다.전체적으로 아이폰7에서는 커다란 기술적 진전이 안보이는 데다 이어폰잭을 없앤 것에 대한 부정적 평판 등은 애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주요 외신들 역시 "아이폰7은 아이폰 마니아들이 매년 기대했던 중요 기능들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WSJ은 "실용적이기는 하나 입이 떡벌어질 만큼은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잡스없는 애플, 혁신은 끝났나=내년이면 애플 성공 신화의 일등공신인 '아이폰'이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영문 매체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애플이 내년에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최고가 모델을 포함해 아이폰 3종을 출시할 전망이라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인 2017년에 화면크기 4.7인치와 5.5인치 평면 모델 이외에 5.5인치 이상의 양 측면이 곡면으로 된 새 모델들을 출시할 계획이다.곡면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엣지'에 이미 적용된 기술이다. 삼성은 이런 곡면 스크린을 채택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하기도 했다. 닛케이의 보도대로라면 애플은 삼성의 곡면 디스플레이를 베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인 중국 화웨이에도 쫓기는 신세다. 아이폰은 성장이 둔화한 상태다. 올 들어 아이폰 판매는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의 거센 공세에 맞설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내년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대대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 있다. 올해로 취임 5년째를 맞은 팀 쿡이 다음 5년을 위한 어떤 비전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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