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의 위기]무너지는 무역산성…'오바마의 꿈' 좌초되나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 2008년 주요 20개국(G20)회의 탄생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G20 회의의 중요한 화두는 보호무역주의 배척이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며 시장 개방 정도가 낮은 중국이 보호무역 타도의 선두에 선 것은 다소 의아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한목소리로 보호무역 반대와 세계경제 회복을 외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자유무역에 반하는 흐름이 주류가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는 1990년대 이후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 돼온 세계화와 개방경제의 물결이 뒤집어 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사례가 됐다. 미국이 EU와 함께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구 건설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독일과 프랑스의 '쌍두마차 반대'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대 경제 실적 중 하나로 꼽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시 의회 비준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누가 백악관의 새 주인으로 결정 되든지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지금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 점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민과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극우주의 세력들이 힘을 얻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경우 국내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연정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총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2005년부터 집권해온 메르켈 총리가 4연임에 쉽게 도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와 달리 각국의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개방주의보다 우위에 서고 있다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자유무역지대를 구상해온 개방론자들이 영원히 꿈을 접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TTIP의 경우 한 국가가 통상적 자우무역보다 더 많은 자율권을 포기해야 하는 수준 높은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EU가 이를 수용할리 없다고 분석했다. 보호무역주의의 발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겨우 회복모드에 들어서고 있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에게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은 매우 나쁜 소식이다.
영국 유력 경제연구소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펴낸 세계무역정보(GTA)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교역량은 지난해 1월부터 1년 반 넘게 정체됐다. 이 기간 각국의 보호무역 관련 조치들이 급증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CEPR은 글로벌 경기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이 들고 나온 보호무역주의가 역으로 세계 교역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장크트갈렌대 교수는 "글로벌 교역이 이렇게 장기간 정체된 것은 세계적인 경제침체 때나 볼 수 있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자우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등 글로벌 기구들도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크리스틴 라가드르 IMF 총재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의 물결들은 성장을 저해하고 통합을 방해하며 세계인들에게 해를 끼친다"라면서 "각국이 보호무역을 경계하기 위해 정책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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