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의장 개회사, 두 편의 '블랙코미디'로 귀결

개회식 前 온라인에 이미 개회사 떠있어,당일 오전 의원실에 개회사 배포,與의원·보좌진 아무도 문제삼지 않아박지원 "버스 떠난 뒤 법석 떠는 한심함", "당일 밤 정 의장 野 추경 등 단독처리 요청"더민주·국민의당 정족수 미달로 연기,일부 의원들 지방·개인 행사장行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위)의 개회사에 항의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두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지난 1일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불거진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여전히 쓴웃음을 짓고 있다. 개회사를 두고 드러낸 여야의 태도 때문이다. '우병우 사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정면으로 비판한 정 의장의 개회사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허술했던 여야의 구조적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정기국회 공전을 몰고 온 정 의장의 개회사를 놓고 최근 여야의 막전막후가 공개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혹은 기자들에게 관련 사실을 흘리면서부터다.정 의장의 개회사가 정기국회 개회식 수 시간 전에 미리 공개됐다는 건 첫번 째 희극이다.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의장은 개회식인 오후 2시 이전에 의원들에게 (개회식) 원고를 보냈고 기자들에게도 배포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검토해야 마땅하고 불만이 있으면 사전 항의를 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버스가 지나간 다음에 법석을 떠는 건 집권여당 답지 못한 한심함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실제로 당시 정 의장의 개회사 원고는 오전부터 모든 의원실에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를 사전에 입수해 개회식 전문과 관련기사를 온라인에 표출한 상태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과 보좌진 중 누구도 논란이 된 개회사를 미리 읽어보지 않았다. 간단한 인터넷 클릭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전혀 문제삼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에는 원내 최다인 129명의 의원이 몸담고 있다. 여기에 1000명 가까운 보좌진이 붙었지만,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건 뼈아픈 실책이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를 두고 "소여(小與)의 무너진 시스템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왼쪽)와 이정현 대표(오른쪽)등 지도부가 지난 1일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찾아가고 있다.

미숙한 여당의 대응은 본회의가 무산된 1일 한밤중 의장실 점거에서 반복됐다.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며 경호원과 멱살잡이를 벌여 구설에 오르자 여론은 급격히 야당 쪽으로 기울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같은 날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과 대법관 인준 등을 단독으로 처리하려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충분히 감지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에도 야당은 인사청문회 도입 16년만에 처음으로 단독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튿날인 1일에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부적격'으로 단독 채택했다. 이처럼 야당의 움직임이 심상찮았지만 여당은 의장실에서 한풀이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만약 야당 단독으로 민생 추경안 가결이 성사됐다면, 여당은 한동안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난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이 같은 기회를 두고 반응한 야당의 태도는 두 번째 블랙코미디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개회사가 논란이 된 날 밤) 정 의장이 야당 단독으로 (추경안과 대법관 인준 등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정족수가 안 돼 미뤘다"고 밝혔다. 당시 새누리당이 심재철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정 의장이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이 같은 계획을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야당으로선 20대 첫 정기국회를 본회의 단독처리로 시작할 수 없다는 부담감도 컸지만, 더 큰 문제는 정족수 부족이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법률안 등의 의결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된다.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사를 하는 정세균 국회의장

그러나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국회 잔류 의원수는 모두 합해도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다. 추미애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이날 밤 비엔날레 참관차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있었고, 국민의당 의원 3명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결국 이 같은 논의는 "오늘 쉬고 내일 하자"는 박 위원장의 설득으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법석을 떤 여당이나 이를 대하는 상대방의 대응 모두 궤를 벗어났다는 평가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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