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7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원회의를 통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양사는 M&A 무산의 충격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같이 조직에 충격을 주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미래 전략을 수정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SKT, 미디어 플랫폼 강화 방안 주목=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오는 10월 SK그룹 CEO 세미나에 대비해 회사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확대경영회의에서 위기를 강조하며 하반기 CEO 세미나까지 각 계열사 별로 개혁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일부에서 이번 M&A가 무산된 데 대해 장동현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SK그룹 안팎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SK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최근 변화와 혁신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며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있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변화에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 했던 것은 통신 사업의 정체에 따른 위기를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면서 극복하려 했던 것이다. 통신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생활가치, 사물인터넷(IoT), 미디어 등 3대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을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 알뜰폰에 개방하는가 하면 IoT 전용망인 로라(LoRa) 전국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M&A하면서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하려 했으나 좌절됐다.따라서 장동현 사장은 10월 CEO 세미나에서 통신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CJ헬로비전, 김진석·변동식 공동대표 체계로 갈·듯=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계기로 미디어와 콘텐츠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CJ그룹은 당초 플랫폼 사업인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대신 CJ E&M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M&A가 좌절됨에 따라 이같은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CJ헬로비전은 당분간 회사 재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번 M&A를 불허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케이블 방송 권역에서 CJ헬로비전의 독점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따라서 CJ그룹은 CJ헬로비전의 케이블방송 사업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처럼 CJ헬로비전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더욱 불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통신 업체 관계자는 "매각이 어렵다면 결국 IPTV 사업자와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모를 더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CJ그룹은 변동식 현 CJ그룹 사회공헌추진단장(부사장)을 김진석 현 CJ헬로비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로 임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동식 전 CJ헬로비전 대표
변동식 전 대표는 CJ그룹내에서 통신과 방송을 모두 잘 아는 대표적인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변 전 대표는 데이콤,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6년 CJ경영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CJ헬로비전의 전신인 CJ케이블넷을 거쳐 2008년 CJ헬로비전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2013년 CJ오쇼핑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CJ그룹에서 케이블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변 전 대표는 이미 CJ헬로비전의 태스크포스(TF)를 맡아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석 대표는 지난 9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CJ헬로비전이 케이블방송 1위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새 경영진을 구성하기로 했다"며 "새 경영진이 새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김진석 대표는 "저 또한 백의종군해 CJ헬로비전을 위한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경영에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김진석 대표는 공동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조직을 추스리는 데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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