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단숨에 정리한 헌법재판소…'김영란법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헌법재판소 판단은 대법원 못지않은 무게감이 담겼다. 대통령 탄핵 사건 등 정치적 사안은 물론 간통제 문제, 성매매방지특별법 문제 등 다른 현안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관 9명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사회 방향이 달라진다. 헌재는 정무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기관이다. 헌재가 지닌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헌재가 언제 판단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하나하나 관심의 대상이다. 헌재의 특성을 잘 아는 이들은 선고 방법이나 시기를 놓고 주요 사건에 대한 판단을 예측하기도 한다. 헌재 판단은 보안이 생명이다. 누군가 판단 결과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기도 어렵고, 알고 있다고 해도 이를 공표하기 어렵다. 다만 헌재의 판단 과정이나 움직임을 토대로 '예측'할 수는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헌법재판소 / 사진=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사회적인 쟁점 현안이었다. 지난해 3월 국회가 김영란법을 처리한 이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은 전폭적인 성원을 보냈지만, 일부 법조인들은 '독소조항'을 우려하며 위헌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농수축산인들을 중심으로 김영란법 시행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흐름도 변수였다. 헌재는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위헌여부를 판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시행시기가 다가오면서 헌재가 7월 말 또는 8월 말에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헌재는 7월28일을 'D-day'로 잡았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시작되는 선고목록에 김영란법을 포함했다. 김영란법은 당연히(?) 첫 번째 선고대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오후 2시를 앞두고 주요 방송 등 언론이 헌재의 판단을 생중계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뜸을 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헌재가 김영란법을 다른 사건을 선고한 이후에 선고한다면 여론의 집중도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정무적인 판단에 능한 헌재가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헌재가 처음에 알렸던 선고 시기는 이러한 예상을 깨뜨렸다. 헌재는 오후 2시 다른 사건 선고를 시작으로 26번째 순서로 김영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왜 김영란법을 26번째 순서로 잡았을까. 26번째라는 순서 자체가 김영란법 처리에 대한 헌재의 판단을 예측하는 시그널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헌재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첫번째 순서로 선고 시기를 잡았을 것이란 판단이다. 헌재가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김영란법 시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헌재가 26번째 순서로 김영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헌재 결정의 후폭풍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장 무난한(?) 판단은 합헌이었다. 헌재는 선고 시기를 둘러싼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생각이었는지 나중에 선고 시기를 조정했다. 26번째가 아닌 첫 번째 순서로 바꾼 것이다. 28일 오후 2시 헌재는 가장 먼저 김영란법에 대해 선고했다. 결과는 주요 쟁점 모두 '합헌'이었다. 한국기자협회의 청구 적격에 대해서는 부적법하다면서 '각하' 결정했다. 헌재의 결론을 놓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헌재의 김영란법 선고시기 조정의 배경도 중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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