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두산·티몬까지…기업 내부고발장 된 '블라인드'

블라인드 앱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소셜커머스 티몬이 지역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일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자에 입사 6개월 정도밖에 안된 신입직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티몬은 신입직원들의 경우 황급히 타부서 전환 배치를 완료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이번 사건이 공론화가 된 진원지는 바로 기업별 익명게시판 서비스인 '블라인드'였다. 직장인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업의 내부 고발장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최근 지역사업부 직원 170여명에게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를 받겠다는 공지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공지 다음날 블라인드에는 희망퇴직 대상자로 보이는 한 직원의 불만글이 올라왔다. 2년 동안의 취업 준비 끝에 겨우 입사해 이제 6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것이라면 왜 채용을 했느냐는 내용이었다.실제 티몬이 공지 이메일을 보낸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에는 입사 반년차 정도의 새내기 직원 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논란이 확산되자 티몬은 당초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희망퇴직 신청 마감일에 앞서 신입직원들과의 면담을 실시해 5명 모두를 타부서로 전환 배치토록 했다.티몬 측은 "이번 희망퇴직은 시장 환경 변화로 경쟁력이 약화된 지역사업부의 인력 재조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직원들은 다른 부서에 배치하거나 업무전환을 하고 퇴직을 원하는 경우에는 위로금 지급과 함께 이직을 돕는 전문 컨설팅 등 지원이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특히 티몬은 구조조정의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누적된 영업손실로 인해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을 경계하기도 했다.통상적으로 기업의 인력 조정은 자칫 경영상 위기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 입장에서는 되도록 쉬쉬하고 싶은 사안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이 같은 사내 비밀들이 내외부로 빠르게 폭로되고 있다. 2013년 12월 오픈해 불과 3년도 안된 블라인드에는 현재 국내 1600여개 기업들의 익명 게시판이 개설돼 있다. 이외에도 미국기업은 84곳, 일본기업 43곳에 이른다. 기업 내 인트라넷에도 익명게시판이 있지만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려질 위험성이 존재해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점과 반대된다.사실 블라인드는 티몬에서 근무했던 문성욱 블라인드 공동대표가 만든 회사다. 이 때문에 티몬 직원 거의 전부가 이곳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도 꾸준히 블라인드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신 대표가 매년 성장지표를 보여주는 것이 지겹다는 글이 올라오자 그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성장지표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앞서 블라인드가 알려지게 된 것은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기업 내부 치부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블라인드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또 지난해 말 두산인프라코어 20대 명퇴 사건도 이곳에서 처음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자 당시 박용만 회장이 직접 나서 "신입사원은 희망퇴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블라인드 사용자가 늘면서 기업도 '관리'에 들어가는 모습이다.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외부로 유출돼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생기면서 게시글과 댓글을 챙겨보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