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IS테러 공포, 소름돋는 까닭

'함성 속의 잔혹사' - 이슬람 무장단체 영향력 확대전략, 뮌헨·애틀란타 올림픽 참사 상황 짚어보니

전 세계인과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림픽은 테러조직의 주요 공격대상으로 끊임없이 피해를 입어왔다. 이번 리우올림픽 또한 IS의 테러위협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무엇을 했다는 사람들 무엇을 했다는 희망이 없다. 무엇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 무엇을 하고 있다는 희망이 없다. (...) 너무나 지리한 슬픔의 미분(微分)으로 넘어간다. 왜냐면 주검들의 소문만 끝없이 이어진다. 너무나 느닷없는 충격의 적분(積分)들로 넘어간다. 왜냐면 끝까지 기적을 포기할 수 없었다.”- 김정환의 시 '물지옥 무지개' 중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테러 앞에 평범한 일상 속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예방과 차단이지만,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어둠 속의 총구를 미리 알아내는 일은 기적이자 막연한 희망에 가깝다. UN 대테러사무국 장 폴 라보르드 사무차장은 지난 23일, 앞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IS의 테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외교부는 리우 올림픽 관련 현지의 열악한 치안, 테러 위협, 감염병이 주요 안전 위협요인임을 발표했다. 세계인의 축제를 앞두고도 도시 전체가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힌 리우데자네이루. 테러리스트들은 왜 리우, 그리고 올림픽에 주목하는 것일까?

미국 메릴랜드 대학 '테러와 대테러 연구소'는 올림픽 전후 개최국별 테러발생율을 분석해 테러리스트들이 올림픽을 테러대상으로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래픽 = 이경희 디자이너

주목의 심리학테러(Terror)란 말은 라틴어의 ‘TERRA’에서 유래되었다. ‘커다란 공포’란 뜻을 가진 이 단어를 통해 테러의 목표는 공포를 야기하는 대중의 관심과 집중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과거의 테러가 정치적 목적에 기반 한 것이었다면, 최근 발생하고 있는 테러리즘은 정치·사회·종교·민족주의적 목표를 위해 폭력과 이에 대한 협박을 활용, 개인으로부터 사회, 정부의 인식개선과 정책의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는 상징적·심리적 폭력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 테러는 발생 지역에 따라 원인이 다른데, 중동지역의 테러는 팔레스타인 및 회교도들의 권리 및 위상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미국, 프랑스 등 서구권의 테러는 개인 및 집단의 특수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으며, 남미지역의 테러리즘은 테러리스트의 경제적 이익이 그 목적이 된다. 9.11테러 이후 IS를 주체로 한 중동지역의 테러리즘은 종교적 광신으로 무장해 테러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는 양상이고, 이에 리우 올림픽이 이들의 주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972년 뮌헨올림픽 테러범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972, 뮌헨올림픽 테러‘올림픽 테러’란 말의 시초가 된 사건은 단연 1972년 뮌헨올림픽 테러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 소속 테러리스트 8명이 뮌헨올림픽 선수촌 내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에 잠입, 선수와 코치를 인질 삼아 이스라엘에 억류 중이던 팔레스타인인 234명의 석방을 요구하다 테러범 5명은 사살, 선수와 코치 11명, 경찰 1명이 사망한 이 비극적 참사는 이후 대형 스포츠 행사에서 보안경비와 치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바르셀로나와 아테네 올림픽의 보안 자문을 맡았던 대테러 전문가 리로이 톰슨은 뮌헨올림픽 테러는 충분히 진압 가능했던 인질극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뮌헨올림픽 테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작성된 기밀보고서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div class="break_mod">- 올림픽 현장 및 선수촌의 허술한 경비 - 테러 대책위원회 수장 3인의 대테러 비전문성 (정치인 2명, 전략가 1명) - 테러범의 특징분석 실패 (향후 생존을 고려한 복면착용, AK-47 안전장치로 2~3초 지연 등)- 취재진과 구경 인파 현장통제 실패 - 당시 서독법에 따라 국내 무력분쟁에 군대개입 금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국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평화적인 독일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던 당시 정부의 기조를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진 뮌헨올림픽은 사실상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고, 이에 테러단체 리더와 부관은 대회 개막 몇 주 전, 선수촌 건설 인부로 일하며 내부 구조와 지형지물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이들이 손쉽게 이스라엘 선수단 숙소로 잠입하고, 이후 인질극을 끌어나가는데 선수(先手)로 작용했다. 이후 IOC는 철저한 보안경비 시스템을 구축하며 직후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준비했으나 또 한 번의 테러 위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인종차별국인 남아공의 올림픽 참가에 반기를 든 아프리카 대륙의 보이콧으로 해당 대회는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한 뼈아픈 전력이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테러현장 모습, 사진 =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1996, 애틀랜타올림픽 테러대회 유치단계에서부터 과도한 자본과 IOC 위원 매수 의혹에 휩싸였던 애틀랜타올림픽은 개최 기간 중인 7월 27일, 올림픽공원 콘서트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며 역대 최악의 올림픽으로 기록되고 있다. 2명의 사망자와 약 11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이 사건은 반낙태, 반동성애자인 전직 미군 폭파 공병 에릭 로버트 루돌프의 소행으로, 사건 발생 직전 수상한 배낭의 존재와 폭발 예고 전화를 알고 있었음에도 신속한 처리와 대처에 나서지 못한 보안기관 간의 공조 미흡으로 발생한 참사였다. 이후 대회의 안전담당 기관 간의 협력체제의 중요성과 비상사태 시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강조되었다.

리우올림픽 성화 [사진=리우올림픽 공식 페이스북]

지금 리우는?오는 8월 5일부터 17일간 계속되는 리우올림픽은 206개국, 1만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나, 개최도시인 리우의 치안은 고질적 위험에 테러 위협까지 겹쳐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은 “외국 관광객의 치안과 보건 문제에 걱정이 없게끔 올림픽에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브라질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리우 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083건, 강도 및 절도사건은 4만8,429건으로 집계되며 그 위험에 대한 공포가 정부에 대한 불신에까지 이르고 있다. 여기에 IS의 잠재적 위협까지 가세, 올림픽 테러를 계기로 자신들의 의사를 국제사회에 천명할 기회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의 입장은 허공의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테러리스트 심리분석 전문가인 존 호건 미 조지아 주립대학 교수는 “테러리스트에게 전형적인 심리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테러에 뛰어드는 속칭 ‘외로운 늑대’들 또한 오랜 이슬람교도가 아닌 초신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 또한 맹목적인 이슬람 신앙인의 색출과 검거가 능사가 아님을 시사한다. 대회가 23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브라질 정부의 미흡한 대처방안을 뒤로하고 스포츠맨십을 안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세계 각국 선수들의 안전이 위기 일로에 놓여있다. 부디 리우올림픽의 마지막 밤이 그저 훌륭했던(Well done)이 아닌, 역대 최고의 대회(the best Olympics ever)란 평가로 장식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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