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따로, 경제 따로...'마늘파동' 잊었나

-2000년 중국산 마늘에 315% 관세 부과하자 한국산 폰 수입 금지-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에 日관광객 줄어 면세점 피해-정부선 "조치·액선 예단 안해" 안일...中선 "상응하는 조치" 강경[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결정으로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외교ㆍ국방은 경제와 별개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 갈등이 경제 보복을 유발한 과거사례는 적지 않다. 중국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6%로 전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해 향후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한 과제인 셈이다.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측의 보복조치 가능성에 대해서 "현 상황에서 (중국 측의) 어떤 조치나 액션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예방 외교'는 커녕 결과가 나온 뒤 대응을 하겠다는 '소극적 외교'를 스스로 실토한 셈이다. 경제부처들도 다르지 않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결산회의에서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중국 정부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분명히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안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중국 대변인이 언급한 '상응하는 조치'는 외교와 경제의 밀접한 관계를 예고한다. 이는 우리 정부의 과거 사례를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죄 요구 발언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대일외교를 과시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면세업계만 타격을 입었던 '실리외교'의 실패 사례다.특히 이번에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다. 과거 일본인 관광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객관적인 수치가 다르다. 국내 유통업계는 비상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면세점ㆍ호텔 등을 운영하고 해외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출을 하는데 앞으로 어떤 경제적 타격을 입을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공동 본점 등 서울 시내 롯데면세점 기준으로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이른다. 2014년(71%)과 2015년(73%)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나아가 공항면세점 등을 포함한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 비율도 2014년 59%, 2015년 62%, 2016년 상반기 70%로 해마다 증가세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온라인 해외 직판액은 1조1933억원으로 2014년(6542억원)보다 82.4% 급증했다. 주목할 수치는 중국 직판액이 8106억원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사례는 우리 정부로서는 기억하기도 싫은 '마늘 파동'이다. 2000년 6월 한국은 중국산 얼린 마늘과 식초에 절인 마늘에 대해 3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또한 국내 농가 보호라는 정치적인 이유였다. 중국의 반발은 거셌다.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중국산 수입 마늘 총액은 9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중국이 수입 금지한 수출품 총액은 5억달러가 넘었다. 50배를 넘는 규모다. 결국 7월 중순 우리 정부는 비밀협상을 통해 마늘 관세율을 예전 수준인 30%로 돌려놓고 향후 3년간 일정량을 관세 할당 방식으로 의무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휴대폰 수출이 재개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작년 12월에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만큼 관세 등을 이용한 직접적 제재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관세가 아닌 다른 방식을 사용해서도 얼마든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맹점이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가 올해 4월 발행한 '사드 도입논쟁과 중국의 대한(對韓) 경제보복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통관이나 위생검사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중국은 과거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인 바나나를 병충해 등의 사유로 통관을 보류하고 폐기처분한 사례가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한국산 농식품이나 화장품에 대한 안전검사 강화로 한국산 제품의 중국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중국인의 한국 관광 통제 ▲반한감정 확산을 통한 한국산 제품의 소비 억제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표적 단속 ▲한국 금융시장 내 중국 자본 철수의 방식으로 경제 보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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