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오픈 챔프' (안)시현 언니(왼쪽)와 아일랜드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를 앞두고.
소름이 확 돋았습니다.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안)시현 언니 이야기입니다.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12년 만에 정상에 오른 모습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저는 일찍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언니를 지켜봤는데요. 12번홀(파3) 플레이를 보니 편안해 보였습니다. 챔피언조는 아니었지만 "언니가 우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하하.언니의 우승이 너무 기뻤고요. 왠지 모르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대회를 마친 뒤 "언니, 진심으로 우승 축하해요. 우승할 줄을 알았어요"라는 문자를 넣었습니다. 언니 역시 "알게 모르게 응원해줘 너무 고맙다"라는 답을 줬습니다. 누구의 우승보다 소중했습니다. 어린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값진 우승이었고요. 우승이 없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됐습니다. 저와는 세 살 차이가 나는데요. 어릴 때 가끔 본 적은 있지만 특별한 친분은 없었습니다. 2003년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으로 '신데렐라'가 되면서 곧바로 미국으로 진출해 친해질 기회가 없었습니다. 2014년 국내에 복귀 하면서 가까워졌는데요. 미국에서 연습라운드를 자주 했고, 올해는 연습장에서 만나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입니다.언니가 투어에 복귀하면서 세웠던 목표가 있습니다. "1년에 꼭 1승을 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컴백 3년째에도 우승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언니의 우승이 더 대단한 건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도 체력 관리가 쉽지 않는데요.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편하게 쉴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메이저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최근 언니가 연습장에서 공을 다루는 모습을 보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투어에서 최장수 선수로 기록될 것 같다"고 말입니다. 실제 현실이 될 것 같습니다. 비거리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요. 5년 시드를 보장받아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린 것을 축하합니다. "언니, 우리 투어에서 오래오래 뛰어요."KLPGA투어 프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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