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기타대출 등 증가분, 1금융권 '10배'…증가율 해마다↑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죄송하지만 대출해 드릴 수 없습니다"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은행으로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신용등급이 기준에 못미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장 다음 달 상가 임차료가 급해진 그는 급히 보험사에서 단기 대출을 받아 겨우 해결했다. 은행보다 이자가 비쌌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평소 몰고 다니던 트럭까지 담보로 이미 대출을 받아둔 처지의 A씨는 먹고 살 걱정에 눈 앞이 깜깜하다.1금융권에서 막힌 대출이 2금융권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는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다. 대출액 규모 자체보다 대출의 '체질'이 나빠지는 구조적 문제를 잉태하기 때문이다.금융당국이 올들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은행권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이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한국은행이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집계한 '기관별 기타대출(신용대출+비주택담보대출) 증가액'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제1금융권 대출 증가액은 9조9000억인 데 비해 제2금융권과 기타금융기관은 총 96조8000억원 늘어 은행권 증가분의 약 10배에 달했다. 특히 대출 심사가 강화된 올 1분기의 경우 은행권에서 발생한 신용대출과 토지ㆍ상가 대출 등 비주담대 대출액은 불과 2000만원에 그친 반면, 저축은행과 보험ㆍ카드사에서 집행한 대출액은 12조3000억원으로 사실상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가계부채 잔액도 제2금융권과 기타금융기관이 총 487조원으로 1금융권(162조2000억)보다 약 세 배 가까이 많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증가율은 각각 7.6%, 8.3%(2014), 9.5%(2015)로 해마다 증가폭이 커졌고 올 1분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늘었다.저축은행과 카드ㆍ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고객의 경우 제1금융권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ㆍ은퇴가구ㆍ자영업자 등 '신용 취약 계층'이 많다. 통상 금리 변화에 따른 대출수요도 더 탄력적인 편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이들 취약계층이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향후 금리 상승국면에 이르게 될 경우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장 먼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거나 자영업자 등 저신용자들의 취급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비우량 신용대출이 늘어나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생계형 대출'의 대표적 사례인 신용카드를 통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기관에서 집행한 대출규모(판매신용 제외)는 2014년 한 해 2조3000억원에서 2015년 3조로 조사돼 1년 새 약 30%나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만 이미 1조3000억원이 추가로 늘어 지난해 총 증가분의 40%를 넘어선 만큼, 연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비카드사 대출의 경우 자동차를 담보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례도 일부 포함된다.금융당국은 올 하반기부터 기존 은행권에만 적용됐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에서도 밀린 대출 고객들이 사금융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날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위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은행에서 가계대출 조건이 타이트해져서 2금융권 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생계형 대출이 불가피한 대출자들의 대출을 막으면 이들은 아예 제도권 밖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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