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매일 새로운 생각과 모양을 갖춘 콘텐츠가 쏟아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실시간 뉴스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지난 10년 온라인 강자로 우뚝 선 아시아경제이지만 다가올 10년에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되는 시기입니다.박충훈 기자(이하 박)의 진행으로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하 황),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이하 백), 이상국 디지털뉴스룸 부국장(이하 이)이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은 신문사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사진 왼쪽부터 이상국 디지털뉴스룸 부국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박충훈: 오프라인 지면 제일경제와 온라인매체 아시아경제가 통합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이즈음해서 과거 10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아시아경제로 국한해도 의미가 있겠지만 넓게 봐서 우리나라 미디어환경이 어떻게 진행하고 있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님을 모시고 아시아경제 디지털을 책임지고 있으신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 이상국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룸 부장과 좌담회를 진행하겠습니다. ◆ 뉴스와 비뉴스 경계 사라져…플랫폼과 손잡는 게 관건사실 '디지털미디어'가 이제 낯선 이름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미디어환경은 계속해서 급변하고 있습니다. 향후 10년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네요. 현업 종사자 입장에서도 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죠. 디지털미디어 사업 전체 그림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과연 어떤 일들이 미디어산업계에 펼쳐질까요?황용석 : 지금 우리는 광속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죠. 1993년 월드와이드웹(WWW)이 상용화되고 1995년 다음, 2000년 네이버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웹 2.0 개념도 등장했구요. 현재는 초연결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문서 간 연결을 지향했던 과거와는 달리 정보를 매개로 한 사람 연결뿐 아니라 사물이 직접 연결되는 사회에요. 콘텐츠 소비가 어떻게 이뤄질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또 현재는 정보가 소비되는 채널이 해체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죠. 웹 등장 이전의 미디어는 '수직적 가치사슬'을 보였습니다. 취재기사들을 편집하고 인쇄하는 과정을 거쳐 배달되며, 광고가 붙는 기존 신문은 수직적 구조를 띄고 있다고 하겠죠. 디지털 환경에선 이것이 '수평적 연합 가치사슬' 구조로 변화합니다. 콘텐츠의 분절화를 예상할 수 있어요. 매체 연구 시 기존에는 미디어의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있는 독자 등의 개념이 중요했거든요. 그러나 현재 포털 중심 미디어에선 매체 브랜드 약화, 자생력 급격 약화 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건 포털사이트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포털 책임론을 떠나서 기술적인 전반의 트렌드라고 생각해요. 독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아졌죠. 경로의존적인 소비시장에서 오픈마켓과 같은 경쟁시장으로 바뀐 겁니다. 경쟁 환경이 이뤄지며 시장이 재편되고, 웹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영역이 확대된 거죠.전통 시장은 파레토 법칙(Pareto’s Law, 전체 성과 대부분(80)이 소수(20)에 의존한다는 의미의 소득분포 통계 법칙)을 따랐습니다. 20%의 거대 언론사가 80%의 시장을 차지했어요. 그러나 웹 등장 이후 언론사들의 트래픽을 보면 1위 언론사도 10% 정도를 기록합니다. 한국 시장은 몸통에서 꼬리 부분이 너무 얇은 구조였는데요. 두께가 있어야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한데 6000개 이상의 매체가 과도경쟁하는 시장이 됐습니다. 향후 10년은 보다 시장이 분절화하고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경계점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모바일 환경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은 매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하죠. 뉴스에서도 개인화·파편화된 소비가 이뤄지고 있구요.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는 이제 다양한 플랫폼과 손잡아야 한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캐시슬라이드,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인스타그램, 트위터)
뉴스 소비의 플랫폼 변화가 가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포털에서 소셜미디어로 이동 중이에요. 새로운 미디어 역시 연결지향적 즉, 디지털 인터미디어트(DI, Digital intermediate)가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분절화한다는 건 마켓을 획정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해요. 다양한 층위 안에 콘텐츠들이 상호 침투하면서 결국 하나의 미디어 시장이 하나의 마켓으로 만들어지고 소규모 개인미디어는 특정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이 때문에 미래에 등장할 플랫폼과의 제휴가 중요합니다. 정보 복잡성이 커지고 연결된 매체가 많아질수록 매개자로서의 역할은 커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채널이 제공돼도 개인에겐 15개 이내로 한정되요.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 뇌가 못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매체 브랜드는 사라지면서 기존 매체가 시장을 리드하던 구조는 바뀔 겁니다.박: 결국 새로운 플랫폼과 손을 잡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군요.황: 피키캐스트에도 신문사들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시도합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으로 뉴스,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정보를 공유했는데요. 현재는 그런 공유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기성매체가 뉴미디어에 접근해도 젊은 세대가 찾지를 않습니다. 10~30대가 좋아하는 플랫폼과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강력하고 시장가치도 높은 플랫폼이 됐습니다. 동영상 뉴스 서비스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신문 초기에는 매스미디어라고 해서 매스(Mass)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덩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사회가 분화되면서 그 대중을 판두부를 네모지게 칼로 나누듯이 라이프스타일, 성, 연령에 따라 나눴습니다. 이런 세분화된 소비자 개념이 지금은 개인화된 소비자 개념으로 바뀌고 있어요. '자아 네트워크'에 따라 분류가 가능해진 겁니다.나와 딸, 둘 다 페이스북을 이용하지만 서로 다른 정보를 받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신문 역시 가능한 한 다양한 접근을 해야 해요. 신문 미래는 결국 고밀도화되고 자아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어떻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다변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정적 다수를 확보해야 매체력이 성립할 수 있어요.백: 교수님의 설명을 들어 보면 기술적 흐름을 예측하면서 10년 후를 바라본 거네요. 미디어 입장에서 예측해보면 갑갑해져요. 뉴스 유통 구조 변화를 현재의 조직 구조와 콘텐츠 생산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기존 미디어를 '해체'해야 하는 정도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미디어라는 말이 그 때도 존재할까라는 생각도 해봤구요. 뉴스원과 독자를 연결하는 게 기존 매체의 역할이었는데요. 그러나 그 패턴이 달라지면 누가 매개해야 할까…. 개인이 될 수도, 알고리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즈니스 모델의 존립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미디어 직군이 생긴 건 불과 100년 남짓한 이야기다.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황: 신문 역사를 보면 정파지가 난립하던 시점에서 '중립 정보'가 가장 잘 팔린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이 있습니다. 1800년대 후반부터라고 볼 수 있고, 1920년대부터 그런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죠. 그게 불과 100년 전의 일이에요. 직업사회학적으로 보면 이를 기점으로 새로운 직업군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페셔널리즘이 생기면서 새로운 직업적 규범에 의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고 뉴스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어요. 현재 우리나라 언론도 전형적인 프로페셔널리즘에 의해 정의되고 있습니다. 개인을 미디어로 보지 않거든요. (언론사의 일원으로서) 도덕적 책무가 강하고, 영향력 있고, 사회비판적인 걸 원합니다. 이런 기반이 흔들리는 게 현재 미디어에요. 미국에서는 이미 유명 정치 블로거들이 백악관에 들어가 있습니다.백: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요. 너무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싶은데….황: 맞습니다. 저널리즘을 '기업적' 저널리즘으로 한정시키는 행위에요. 한국만 그렇습니다. 신문법도 한국에만 있어요. 제도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소비자에 의해 규정될 것입니다.<strong>[아경10년후②]</strong><strong>[아경10년후③]</strong>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정리 =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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