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성 구로구청장 “자살률 제로화로 주민 행복지수 높여”

자살예방 조례 제정, ‘마음 사전 검진’...현대인 마음을 치유해주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등 추진 자살률 낮춰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흙수저, 금수저, 헬조선, 이생망 등 신조어가 생겨난 대한민국 상황에서 생활고, 가족불화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아져 정말 안타까워요. 주변의 작은 관심과 위로가 있었더라면 최악의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자살은 예방이 가능한 사회적 질환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됩니다. 구로구도 자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성 구로구청장에게 ‘주민 행복’은 구정의 최종, 최고의 목표다. 이를 위해 ‘마음 건강 지키기’에도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처음 취임했던 2010년 134명에 이렀던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10년 134명, 2011년 113명, 2012년 108명, 2013·2014년 92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2010년 31.9명에서 2014년 21.8명으로 10명 이상 감소한 셈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상위권에 있었던 자살 비율을 하위권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이성 구청장의 비결은 뭘까.구로구는 자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자살예방정책 추진을 위해 2012년 ‘구로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자살의 사전예방, 자살발생 위기에 대한 대응, 자살발생 후 또는 자살미수 이후 등 각 단계에 맞는 필요한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한다는 의무조항을 담고 있다.자살예방 정책 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마음 사전 검진’이다.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과 낙인 때문에 우울증을 가진 주민들이 스스로 의료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는 드물다. 꽁꽁 숨기고 그대로 방치해 극단적인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성 구로구청장

이에 따라 구로구는 우울증, 스트레스 등 자살 요인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신건강을 진단하는 ‘희망터치 무인검진기기’를 들고 나섰다. ‘희망터치 무인검진기기’에는 생애주기별로 우울, 스트레스, 자살위험 관련 검사기능이 탑재돼 있다. 구로구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무인검진기기를 설치하거나, 구청 직원이 직접 찾아가서 정신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도출된 결과로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검사결과는 실시간으로 보건소에 데이터가 발송되고 주의군이나 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은 마음건강 상담소나 구로구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계돼 심리상담, 심층검사 등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저소득 계층에게는 의료비도 지원된다. 어르신들을 위한 동별 순회 마음 검진도 전개하고 있다. 마음 검진은 무인검진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우울, 스트레스, 자살위험을 알아보는 선별검사지를 활용해 진행한다.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어르신에게는 구로구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심리 지원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아동·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지키기에도 신경쓰고 있다. 구로구는 관내 학교를 순회하며 예방-위험군 관리-위기개입 등 3단계로 나눠 해피스쿨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마음건강 슬로건 공모, 마음 키움 등굣길 캠페인, 마음건강 관련 뮤지컬 공연 및 인식 개선 교육 등을 진행한다.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한 관리단계에서는 정서행동 특성검사 사후 관리, 학교상담사 파견, 사회성증진 및 자아향상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 고위험군 학생 중에서도 자살 위기나 정신질환을 보이는 학생에게는 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심층 모니터링 및 상담, 심리검사비 · 특수치료비 등 의료비 지원, 정신건강증진센터 등록관리 등을 지원한다. 주민들의 전문기관 이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신의료기관과도 손을 잡았다. 구로구는 지난 4월 지역내 정신의료기관 8곳과 구민 정신건강 지원에 관한 협약을 맺고 만 56세(1960년생) 주민을 대상으로 마음건강검진 및 상담 지원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마음건강검진 및 상담 지원서비스는 주민이 정신의료기관에 우울증, 스트레스 등에 대한 검진과 심리상담, 선별검사를 받으면 구로구가 검진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검진 비용 지원 한도는 1인당 연간 3회까지 최대 5만원이다. 내년에는 연령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생명존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힘을 쏟는다. 매년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중심으로 생명존중 캠페인과 초롱불 걷기 행사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2013년부터 열린 초롱불 걷기 행사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걷고 대화하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배워보는 프로그램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 존중 포스터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이외도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묘비명을 작성하고 입관체험을 해보는 웰다잉 프로그램, 식물을 통해 감정을 치유하는 원예치료, 미술로 마음을 표현하는 미술치료, 가족 간의 소통을 도와주는 동고동락 힐링캠프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성 구청장은 “자살은 지역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해결된다”며 “자살 건수가 ‘0’이 되는 그날까지 주민들의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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