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스코, '대박' 스크린도어 사업 따주고 떠난 이유는?

특혜·메피아 논란 중심 유진메트로컴의 사업 수주에 결정적 역할...사업 본격화 직전 지분 팔고 철수...단독 입찰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 개입...일각선 '제2의 다스' 의혹 제기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특혜ㆍ메피아(메트로+마피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외주 업체인 유진메트로컴의 사업 수주 과정에서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콘(현 포스코ICT)이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실적 하나 없던 신생 업체 유진메트로컴에게 거대한 수익 사업을 따게 해주고선 정작 자신들은 과실도 따먹기 전에 지분을 팔고 철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3년 10월 설립 신고를 한 신생 광고회사 유진메트로컴은 실적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이명박 전 시장 시절인 2004년과 2006년 서울시가 실시한 서울메트로(1~4호선) 24개 주요 역사 내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을 따냈다. 당시 삼성, LG, 현대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수익성을 확신해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어쩐 일인지 유진메트로컴만 단독 입찰했기 때문이었다. 유진메트로컴은 이후 강남ㆍ교대ㆍ을지로입구ㆍ삼성 등 승객들이 몰리는 '알짜배기'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ㆍ유지보수 해주는 대신 막대한 광고 수익을 16년7개월~22년간 독차지하게 됐다. 유진메트로컴은 2014년 말 현재 9년간 2559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최대 연간 30~40억원대의 순이익을 남겼다. 대주주들도 74%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정흥식씨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27억원. 2대주주인 신아무개씨는 약 11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막대한 성과의 배경엔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콘이 있었다. 이 전 시장의 고향인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 그룹 내부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담 자회사로, 나중에 포스데이터와 합병해 포스코ICT로 변신했다. 포스콘은 당시 신생 광고기업에 불과한 유진메트로컴에 5% 지분을 출자했고, 컨소시엄을 맺어 스크린도어 사업을 함께 수주했다. 포스콘의 투자와 컨소시엄 합류는 변변한 실적이 한 건도 없었던 신생 유진메트로컴의 신용도ㆍ기술력 점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에 한국교직원공제회(10.5%), 교보생명보험(9.5%) 등 굵직굵직한 금융투자자들이 주주로 합류했고, 두 투자 기관은 사업자금 조달을 통해 배당수익과 함께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두고 있다.

강경호 (주)다스 대표이사. 사진 출처 - (주)다스 홈페이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유진메트로컴은 사업 조달 금액(963억원)의 3.5%만 자체 부담했고 나머지 928억원은 두 투자 기관들로부터 최대 15%의 고금리 자금을 빌려 조달했다. 이로 인해 유진메트로컴이 지출한 이자는 2014년 말까지 무려 715억원에 달한다. 원금은 318억원(34.3%)만 상환해 현재도 엄청난 이자를 지출하고 있다. 특히 특이한 것은 포스콘이 사업이 본격화되기도 전인 2006년 돌연 이 같은 '대박 사업'에서 지분을 정흥식씨에게 팔고 철수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다른 주주들이 막대한 배당과 사업을 통한 이윤 창출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 행보다. 실시 협약에 따라 5% 이상의 지분율이 변경될 경우 사전 승인을, 5% 미만이라도 사전 통보를 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 국회 변재일 의원실 김승태 비서관은 "기술투자자들이 사업 낙찰에 성공한 후 납품 등을 마치면 지분을 팔고 떠나는 경우가 많긴 하다"며 "하지만 이 경우 신생기업인 유진메트로컴이 어떻게 포스코 계열의 대기업인 포스콘과 연결돼 거대한 수익 사업을 따낼 수 있었는 지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ICT 관계자는 "당시 출자금 회수는 사전협의가 돼 있던 사항"이라며 "포스콘의 본업은 시스템 구축이었기 때문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끝난 후 투자한 지분을 회수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분 변동을 서울메트로에 통보하는 것은 유진메트로컴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진메트로컴의 현 대주주인 정씨는 현대증권 지점장 출신이고, 당시 계약 상대방이었던 서울메트로의 강경호 사장은 현대중공업 사장 출신으로 모두 이 전 시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 사장은 현재도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논란이 일고 있는 ㈜다스의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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