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디젤게이트]'수입차 배출가스 조작' 끝나지 않은 전쟁

폭스바겐 리콜계획서 3번째 '퇴짜'환경부 "부실한 대책, 접수 불가"檢 차량압수 등 조사강도도 높아져한국닛산 '캐시카이'도 임의조작 혐의신차 판매정지·사장 형사고발 상태"속았다" 소비자들도 집단소송 나서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지난해 9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불거진 국내 수입차 업체들의 수난시대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배출가스 조작 등이 의심되는 수입차들에 대한 조사와 제재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불법'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수입차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국내에 수입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 혐의 등과 관련해 환경부에 제출한 결함시정(리콜)계획서를 7일 퇴짜를 맞았다. 리콜 대상 차량을 임의 조작했다는 사항을 명시하지 않아 불승인 조치를 내렸다는 게 환경부 측의 설명이다. ◆끝나지 않은 폭스바겐 사태= 폭스바겐의 리콜계획이 퇴짜를 맞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리콜계획 불승인은 리콜계획 보완과 달리 리콜계획을 무효로 하는 것으로 폭스바겐은 리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1월 부실한 계획서로 반려조치를 받은 폭스바겐은 3월에도 조작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계획서를 제출해 환경부로부터 '보완없이 다시 제출하면 리콜 자체를 아예 불승인하겠다'는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일 폭스바겐 측이 제출한 리콜서류에는 임의설정을 시인한다는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고 폭스바겐 본사가 독일 정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도 일부만 제출됐다. 이 두 가지는 지난 3월 환경부가 폭스바겐 측에 리콜서류 보완을 요구할 당시 언급한 핵심내용이다.폭스바겐 측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티구안 차량 2만4000대의 개선 소프트웨어를 제출했다. 또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리콜명령을 받은 15개 차종 12만6000대 전체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독일인증기관(KBA)에 리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폭스바겐이 임의설정을 인정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에 한해 개선 소프트웨어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역시 지난 1월 폭스바겐의 리콜계획서를 반려한 바 있다.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결함시정명령 위반 등으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검찰 고발했다. 이달 1일에는 검찰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평택센터에서 디젤차 3개 차종 956대를 압수했다.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닛산까지 불법조작 혐의= 압수 대상 차종은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환경기준인 '유로6(EURO6)' 인증 1.6ℓ EA288 엔진을 장착한 2016년식 아우디A1(292대)ㆍA3(314대), 폭스바겐 골프(350대)다. 검찰은 압수 차량의 3분의 2 정도인 A1과 A3가 수입 전 사전 환경인증을 받지 않았으며 골프 차량은 국내 배기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유로6 차량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유로5에서 유로6까지 검찰 수사대상이 확대된 상황이고 연비 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7일 한국닛산의 '캐시카이' 차량에 대한 신차 판매 정지와 기쿠치 타케히코 한국닛산 사장에 대한 형사고발을 마쳤다. 이미 판매된 824대에 대해서는 전량 리콜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억4000만원도 부과했다. 그러나 한국닛산 측은 "임의 조작은 없었다"고 환경부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관련 규제를 준수했으며 임의조작을 하거나 불법 장치를 쓰지 않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환경부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거듭되는 조작 의혹에 뿔난 소비자= 수입차들의 거듭된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 등에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500여명은 7일 마르틴 빈테르코른 전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12명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미 폭스바겐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 집단 소송에는 4000여명이 참여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환경부에 리콜 대신 환불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도 제출할 예정이다. 폭스바겐과 닛산 관련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나 폭스바겐이 전혀 배상 계획에 대해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고객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에 형사고소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대기환경보전법 50조7항에 따라 이런 경우 환불을 포함한 자동차의 교체를 명령할 수 있다"면서 "폭스바겐에 여러 차례 기회를 줬음에도 결국 조작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폭스바겐에 자동차 교체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의 국가별 이중적인 태도도 한국 소비자들을 분노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는 장치 조작 사실을 인정하고 결함 차량에 대한 환불 조치 방침을 밝혔고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물게 될 환경 관련 세금을 회사가 대신 부담하겠다는 등 사태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한국에서는 성의 없는 리콜계획서를 내놓은 채 조작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캐시카이 소유주들도 지난달 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과 기쿠치 한국닛산 사장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연이어 터진 수입차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좌불안석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길수록 수입차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빨리 종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무리한 조사와 제재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검찰이 특정한 방향을 정해 놓고 어떤 사안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최근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마녀사냥식으로 분위기가 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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