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현대상선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의 최대 난관인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됐다. 아직 일부 해외 선주와의 이자율 조정 등 인하조건에 대한 세부협상을 남겨두고 있지만 최대쟁점인 인하폭 문제에 의견일치를 봄으로써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8일 오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구조조정 관계장관회의 브리핑에서 "금주 중 용선료 조정 협상을 마무리 짓고 협상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들과의 이번 협상은 의견접근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양측의 이해를 감안할 때 협상타결은 수순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 2월22일부터 그리스 선주사인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영국 조디악,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 등 컨테이너선사 5곳을 비롯한 해외 선주 22곳과 잇따라 협상테이블에 앉아 용선료 인하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마크 워커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밀스타인 한국자문역을 맡고 있는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등이 참여한 현대상선 협상단은 시세보다 4~5배 높은 용선료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 선사들에 28~35% 수준의 용선료 인하를 요구해 왔다. 지난달 18일에는 전체 용선료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컨테이너선사 5곳과 단체협상에 나섰지만 영국 조디악은 불참했고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은 화상회의로 반쪽 참여하면서 협상은 빈손으로 끝이 났다. 용선료 조정에 따른 보상 수위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시간은 지연됐다. 해외 선주들이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조정해줄 경우 다른 해운사들이 너도나도 잇따라 인하 요구에 나설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한 상황이라 판을 깨지는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용선료 협상은 중간에 나타났던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중재로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분의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정상화한 뒤 분할 상환하는 안을 제시했고, 이를 해외 선주 측이 수용하면서 100일 넘게 끌어온 협상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용선료 인하폭은 당초 목표로 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20% 안팎으로 결론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진행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전체 공모사채 8043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성공시켰고, 이번에 용선료 협상까지 마무리하면서 큰 고비를 모두 넘기게 됐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이제 큰 틀에서 해운동맹(디 얼라이언스) 가입만을 남겨두고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하더라도 글로벌 해운동맹에 잔류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선박과 항로를 함께 이용하는 해운동맹은 사실상 주요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20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되고, 재무 안정화가 이뤄지면 동맹 편입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현대상선이 자율협약 전제조건을 모두 이행하게 되면 채권단은 이에 맞춰 다음달께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대주주 지분을 7대 1로 줄이는 추가 감자안이 확정되면 현 22.6%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 지분율은 4.0%로 줄어든다. 이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사채권자ㆍ해외 선주의 출자전환 지분이 신규 상장되면 기존 대주주 지분은 1.4%로 떨어지게 되고 채권단이 40%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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