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한진, 엇갈린 운명]갈 길 먼 한진해운, 유동성이 생사가른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달여 차이로 나란히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현대상선은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용선료 협상이 타결 초읽기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 1일 8043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정상화의 마지막 관문인 해운동맹체 가입을 앞두고 있다. 용선료 협상과 해운동맹체 가입이 마무리되면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은 5207%(개별기준)에서 최대 200%대까지 떨어진다. 반면 이제 채무조정의 첫발을 뗀 한진해운은 사채권자 설득부터 채권단의 출자전환 결정 등 갈길이 멀다.한진해운의 부채는 1분기 말 기준 6조991억원, 부채비율 722%다. 현대상선처럼 채권단과 공모사채 사채권자들이 대출금과 보유채무의 절반을 출자전환할 경우 부채비율은 216%로 낮아진다. 이를 위해 한진해운은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 4210억원 사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에 성공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전날 71-2회 무보증 공모사채(1900억원) 사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설명회를 열었다. 오는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3개월 만기연장안이 가결되면 추후 채권금액의 50%를 출자전환하는 조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복수위 사채권자들은 "현대상선의 선례를 들어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과 채무조정 등도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채무조정보다 시급한 발등의 불은 운전자금 확보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최대 선주인 시스팬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1160만달러(137억원) 연체 사실을 공개하면서 부각됐다. 한진해운은 현재 그리스 선사인 나비오스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용선료를 갚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가용현금(현금성자산)은 1732억원(1분기기준)에 불과하다. 앞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서 밝힌 대로 터미널 매각 대금(1750억원), 상표권ㆍ벌크선ㆍH라인 지분 매각 대금(1340억원), 부산사옥 매각 대금(1022억원) 등 총 4112억원을 추가로 확보해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4112억원 수준. 현대증권 매각대금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해 약 1조2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 현대상선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당장 내다팔 수 있는 자산은 부지런히 매각해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실탄이 많지 않다. 한진해운의 유형자산은 1분기 말 기준 5조3065억원 수준이지만, 이 중 보유선박(4조6623억원)이 대부분이다. 장부가액 기준 토지자산(627억원), 건물자산(329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진해운이 금융리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은 회계상 자산으로도 잡히지만 실제적으로 '돈을 빌려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에 불과해 현금화가 불가능하다. 배를 내다 판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공급 과잉 상황에서 사겠다고 나설 이도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등 대주주가 유동성 마련에 나서야 채권단 지원의 명분이 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매각 가능한 한진 보유지분(82만2729주) 가치는 280억원(2일 종가기준) 수준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매각을 포함한 여러가지 형태로 유동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지만, 한진해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앞서 자율협약을 진행한 현대상선의 선례대로 대주주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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