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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조롱받던 중국산은 옛말…가격ㆍ성능 다 갖춰 '대륙의 실력'으로국산밥솥, 中통관 거치면서 원가 올라…현지제품 6배 가격에도 제로마진 고통"中의 보호무역주의, 공공연한 비밀" 느린 행정 절차에 신제품이 '舊제품' 되기도韓유통기업마저 부진한 총체적 난국…작년 수출 -5.6%…감소폭 더 커질 상황위기의 對中수출 현장 (中)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퉈(普陀)구에 있는 롯데마트 가전 코너. 하이얼, 쑤보얼, 메이디 등 중국산 제품들 틈바구니에서 한국산은 쿠쿠전자의 2358위안짜리 전기압력밥솥 정도밖에 없었다. 쑤보얼 제품(388위안)의 6배가 넘는 가격이다. 주민들 월평균 수입이 3000~4000위안(한화 50만원∼70만원 정도)으로 그리 높지 않은 지역이긴 하나, 중국 전체로 봐도 가전이든 식품이든 한국 제품은 너무 비싸서 선호도가 낮다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퉈(普陀)구 소재 롯데마트의 가전 코너. 하이얼, 쑤보얼, 메이디 등 중국산 제품들 틈바구니에서 한국산은 쿠쿠 전기압력밥솥 정도밖에 안 보인다.(사진=오종탁 기자)
박석진 상하이 롯데마트 총감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품질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고 또 한국 유통기업으로서 국위선양 차원에서 한국 제품을 수입해보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며 "쿠쿠 밥솥도 거의 제로마진으로 팔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 구조가 불투명한 중국에선 정상 통관을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밥솥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여기에 중국 수출에 필요한 강제인증(CCC)을 받고 패널을 교체하면 '남는 장사'는 어렵다. 박 총감은 "한국에 주로 알려진 중국 유통시장은 베이징, 상하이 등의 고급 점포라 실제 현지 인식과 괴리가 크다"며 "중국의 대다수 유통업체에서는 일단 비싸면 판매량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구본경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난징무역관장은 "중국 당국이 요즘도 알게 모르게 보호무역주의적 태도를 나타낸다. 예컨대 제품 인증에 통상 3개월이 걸린다고 하면 자국 기업 상품은 시일 내에 처리해 주고 한국 등 외국산은 훨씬 더 오래 걸리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다 수출 당시 고사양 신제품이 시중에 판매될 때는 구제품으로 밀려나는 일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 제품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온라인쇼핑 시장에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온라인쇼핑 매출 규모는 한화 기준 약 765조원으로 전년 대비 42.1% 증가했다. 올해도 30% 이상 늘어 약 9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유통관계자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는 기본적으로 중국 제품이 수입품보다 훨씬 싼 데다 불법 통관품과 짝퉁도 많아 정상적으로 수출한 한국 제품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불법 통관된 상품은 중간업자들이 20% 이상 폭리를 챙기며 파는 경우도 있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업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상당수가 온라인 빅마켓에 끼어들 틈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국시장에 녹아들지 못한 한국 제품은 필연적으로 대중 수출 감소를 불러왔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14년 들어 전년 대비 역신장(-0.4%)으로 돌아선 뒤 지난해(-5.6%) 감소폭이 확대됐다. 우리 정부는 수출 악화가 글로벌 경기침체, 신창타이(新常態ㆍ안정적인 중속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중국의 신 경제기조) 탓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대륙의 실수'가 '대륙의 실력'으로 바뀌는 과정도 한국 제품들에는 위협이 되고 있다. KB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복제의 천국이라 불리던 중국은 이제 미래 기술과 혁신을 산업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재ㆍ산업재 업종 뿐 아니라 한국 만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한 스마트폰ㆍ디스플레이ㆍ반도체ㆍ프리미엄 가전 등에서도 한국은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작성한 '2014년 기술 수준 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선도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자ㆍ정보ㆍ통신 분야와 기계ㆍ제조ㆍ공정 분야에서 한중 간 기술 격차는 1.7∼1.8년에 불과하다.
4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퉈구 롯데마트에서 중국인 가정이 수입식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대표적으로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 제품들은 과거 '어쩌다 실수로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히트작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최근엔 중국은 물론 한국 등 글로벌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인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중국 제품 대신 굳이 한국산을 살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현지의 롯데마트, 이마트 등 한국 유통기업 매장들은 최근 매출 부진을 이유로 폐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의식적으로라도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곳들이었다. 중국 연쇄경영협회(CCFA)가 지난 3일 발표한 '2015년 중국 프랜차이즈 100강(强)'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2014년보다 5.6%, 이마트는 30.6% 감소했다. 중국 토종 유통체인과 알리바바, 징둥 등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뒤처진 탓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 유통 기업의 부진도 한국 제품이 외면 받는 이유와 비슷하다. 중국 언론과 소비자들은 한국 유통기업 판매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매장 운영도 중국인들 발길을 사로잡기엔 미숙하다고 꼬집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한 수입품 직매장 관계자는 "직접 한국에 가서 이마트 매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며 "한국 유통기업들이 홈그라운드에선 자국 상품 위주로 별다른 가격 인하 압박을 받지 않고 팔아 장사를 잘 할지 몰라도 중국에선 (같은 방식으론) 계속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난징ㆍ상하이(중국)=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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