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8일 규제 완화 발표 불구 '사회적 환경' 미비...서울 대부분 비행금지구역 등 길 길 멀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14년 4월, 청와대 상공에 북한 무인기(드론)이 침투했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드론을 이용한 자폭 테러도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국 정부는 다음 해 이스라엘에서 소형 기체를 감지할 수 있는 정밀 레이더를 도입해 청와대 인근의 방공망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 특히 서울에서 드론이 처한 현실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부가 18일 드론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와 규제 완화로 기술적ㆍ행정적 문제는 극복할 수 있지만 사회적 환경의 변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고흥군은 전국 최대의 무인기 비행구역을 활용해 드론산업을 본격 육성키로 했다.]
우선 안보 문제가 걸림돌이다. 드론을 이용한 택배가 상업화되려면 대도시 지역에서 먼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서울의 하늘은 대부분 안보ㆍ국방상 이유로 드론을 날릴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구ㆍ중구를 포함한 강북 대부분이 항공법상 비행금지구역(P73A~B)으로 묶여 있다. 이 곳에서는 현재 대통령 전용 헬기 외에는 대부분의 비행이 불허다.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국방부 등 주요 정치ㆍ군사ㆍ안보 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비행 5일전 수도방위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을 경우 비행할 수 있긴 하지만 허가 사례가 드물다. 또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구로구 등은 김포공항 관제권역,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강남구 일부 등은 서울공항 관제권역에 각각 묶여 있어 드론 비행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중랑구, 노원구 등 외곽과 강남구 등 한강변 지역도 원칙적으로는 비행이 가능하지만 수방사로부터 3일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비행제한구역'이다.사실상 현재로선 서울의 하늘에서는 드론의 자유로운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서울시가 최근 사전 허가 없이 드론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도록 한강에 드론 전용 공원을 지정하기도 했다. 배일한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최근 서울연구원에서 발표한 '미래기술과 미래서울'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북한의 군사 대결 구도가 멈추지 않는다면 서울이 누구나 드론을 개발하고 운행하는 드론 천국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비행제한 공역 현황
고층 아파트로 가득 찬 한국의 주택 환경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국, 호주 등 국토가 넓어 개인 주택이 대다수인 지역과 달리 우리나라 고층 아파트의 경우 창문이 열리지도 않을 뿐더러 난기류 등으로 드론 택배를 직접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고층 빌딩, 전선줄이 복잡하게 뒤덮인 도시지역에서는 드론이 진입하기 힘든 곳이 많다. 악천후ㆍ야간 주행과 고장 등 만약의 경우 고장이 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불안감도 문제다. 정부가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관제시스템ㆍ안전망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조종하지 않는 드론이 언제 어디서든 불쑥 추락해 다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2015년 12월 이탈리아 월드컵 스키대회에서 드론이 추락한 후 공포감이 고조되자 국제스키연맹이 앞으로 모든 스키 경기에서 촬영용 드론 사용을 금지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이에 대해 배 교수는 "기술적, 인프라 발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 동안 드론이 교통 물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것"이라며 "경찰,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이 교통ㆍ재해 현장 등에서 드론 기술을 가장 활발하게 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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