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주택시장의 비관론과 낙관론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지난 3~4년간 주요 언론에 보도된 소위 전문가들의 주택시장 전망을 돌아보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 당시 보도된 전망들을 되짚어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일본처럼 장기하락추세로 간다는 비관론이 주류였다. 주요 근거는 주택보급률 100% 초과달성과 인구구조 변화였다. 그런데 실거래신고가격 추세를 보면 이들의 전망과 달리 2012년 말부터 집값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현재까지 3년 동안 대체로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사이 주택재고량은 더 늘었고 인구구조는 더 악화일로에 있는데, 그동안 그런 요인으로 장기하락을 전망하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2013년 말부터 종전 논리에 대한 설명 없이 상승세로 전망을 바꿨다. 이내 2015년 초부터는 대다수 전문가가 상승세를 전망했다. 그런데 금년 초 공급과잉논란 등으로 주택시장이 다소 주춤하자 다시 상승과 하락전망이 '50대 50'정도로 팽팽해진 상태로 돌아섰다. 시장경제에서 경기예측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역시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데 한두 달 뒤 경기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오죽하면 증권투자로 돈을 번 경제학자는 정책 결정에 참여했던 케인즈나 리카도밖에 없다고 하겠는가. 더욱이 세방화(세계화+지방화)로 인해 경기변화가 지역요인뿐만 아니라 주변국과 먼 나라의 영향까지 받고 있는 요즘에는 제대로 된 예측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측이 어렵다고 해도 경기예측을 할 경우에는 일관된 논리와 안정된 분석의 틀이 갖춰져야 하고, 미시적이건 거시적이건 예측대상의 특성정보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부동산시장에 대한 예측이 매번 빗나가는 것은 이런 과학적인 분석의 틀 없이 주관적인 요소에 편향돼 시장을 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시경제를 전공한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특성정보를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반면 부동산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전반의 움직임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 우리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일부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인구론과 수급론을 근거로 지난 10여년간 장기비관론을 일관되게 주장해 오고 있다. 인구론에 기초한 비관론의 허점은, 인구가 감소하는 선진국이 모두 집값 장기하락으로 가지는 않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에 개방적인 나라들은 내국인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장기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또 다른 오류는 출생인구나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다고 주택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으며,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30세 전후 도달인구의 변화를 봐야한다는 점도 간과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수급론에 기초한 장기비관론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으면 더 이상 집이 필요하지 않아 주택시장은 장기침체로 들어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이미 수십년 전 100%를 넘어선 대다수 선진국의 집값은 여전히 장기상승추세를 보이고 있고, 도시에 따라서는 건축 후 100년이 지난 주택들의 재건축과 주택수요자들의 선호변화로 새 주택에 대한 수요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난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세대 70만명 가량이 매년 서른살이 돼 주택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또 매년 10만명씩 늘어나는 외국인 거류자도 주택수요의 한 축을 이뤄서 70년대 말부터 매년 80만명씩 시장에 진입하던 베이비부머 때와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에코세대들은 2010년부터 원룸을 찾아다니다가, 2015년부터는 소형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2020년께부터는 중형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바야흐로 에코세대에 의한 시장 활황이 최소한 2025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며 그 이후에도 외국인유입에 의한 수요가 뒷받침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80년대 말 90대 초를 전후해 건설된 수백만채 아파트의 재건축 주기가 대거 도래한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물론 그사이 단기 경기나 주택수급상황에 따라 부분적인 등락현상이 있겠지만, 바로 인구요인과 수급요인 때문에 향후 10년간 장기추세는 낙관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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